재일동포 한식성묘단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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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총련계 재일동포 한식성묘단 1천5백명이 또다시 고국을 찾아온다. 1일낮 12시50분에는 1진58명이 대한항공편으로 입국, 따스한 조국의 품에 안겼다. 동경·복강·찰황·선태·하관등지에 살고 있는 1천5백명의 성묘단과 민단청년단원 2백여명은 28일까지 15회에 걸쳐 항공편과「페리」를 이용, 김포 및 부산을 통해 입국한다.
1일 도착한 재일동포들은 간단한 입국수속과 세관검사를 마친 뒤 공항에서 한적부녀봉사대원들의 따뜻한 영접을 받고「버스」에 분승, 강변로∼제1한강교∼서울역∼남대문∼시청앞을 거쳐 숙소인「뉴서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은 2일부터 2박3일 동안 서울시내관광과 수원·포항·울산 등지의 산업시찰을 마친 뒤 뒤이어 귀국하는 동포들과 합류, 한식일인 5일 상오 충남 천원군 성거면 요방리 4만평에 마련된「망향의 동산」에서「60만 재일동포 새마음 심기」기념식수를 한다.
지금까지 모국을 찾은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은 지난해 추석과 구정성묘단 등5천명에 이르며 한식성묘단 1천5백명을 합하면 모두 6천5백명이 된다.
특히 이번 한식성묘단 모국방문은 불우재일동포 모국방문돕기를 주관하는 순수민간단체인 「재일동포모국방문 추진위원회」발족후 처음 있는 사업이다.
이번 성묘단의 1진으로 귀국한 동포들 가운데는 추석·구정성묘단때와는 달리 20대의 젊은 2세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번 모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동포들의 밝고 희망찬 모습에서 조총련 공작원들의 협박과 회유를 물리치고 조국의 참모습을 보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구정성묘단으로 모국을 방문했던 아버지의 권유로 모국 방문대 옆에 참여했다는 김광일 군(22·대판시)은『한식이면 나라에서는 종묘와 능원(능원)에 제향을 올리고 사삿집에서는 조상의 무덤을 찾아 제를 올린다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을 아버지로부터 늘 들어왔다』며 말로만 듣던 고향 경남 하동을 찾아 할아버지 무덤에 술잔을 올릴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1진 58명이 하오 12시50분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대한항공「스튜어디스」들이「트랩」밑으로 달려가 이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공항「로비」에는「재일동포 귀성단 환영」이라고 쓴 대형「프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귀국동포중「오까야마」현에 살고 있다는 김종환씨(48)는 부인 심순애씨(48)와 큰아들 기영(24) 작은아들 영수씨(21)등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왔다.
김씨는『추석 성묘단으로 고국을 방문한 뒤 아내와 아들들에게 고국의 발전상과 참모습을 설명하고 한식성묘단으로 함께 왔다』면서『가족들이 다음번에 가자는 것을 5일 동안 설득하여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최고령자인 배장이 할머니(84·오까마야현)는 손자며느리 이월분씨(36)와 함께 도착, 37년만에 고향 경북 군위의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며 죽기전 고향땅을 한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공항대합실에는 박윤환 할머니(70·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419)가 외손녀 김정애씨(25·고오베시)부부를 찾는 팻말을 들고 비행기가 도착하기 두시간 전부터 환영대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박할머니는 외손녀의 남편은 구정방문때 다녀갔으나 외손녀는 25년만에 얼굴을 처음보는 것이라며 초조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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