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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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솝」우화에도 있다.
점장이 한사람이 장터에 앉아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이 때 점장이의 이웃에 사는 사람이 달려와서 점장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알려 주었다. 세간을 모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점장이는 두말도 없이 황급하게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점이나 쳐 볼까하고 서성대던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모두 흩어져버렸다.
우리속담에도 『봉사 제점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구미의 소설을 보면 때때로 『나의 별』 『행운의 별』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것은 서양인들에겐 특이한 여운을 풍겨주는 말 같다.
그들은 별 같은 것에 자신의 운명을 묶어놓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 것이다.
필경 고대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의지할 데라고는 신비로운 우주밖엔 없었을 것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의 유역에서 흥망 했던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의 고대 민족들도 태양과 달과 혹성을 숭배하고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서양사람들이 점성술에 연연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 시작된 것 같다.
신혼여행도 영어로 「허니·문」이라고 한다. 「밀월」의 「월」도 이를테면 점성술식 사고의 하나다.
본사 「파리」특파원의 「르포」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무려 2만5천여명의 점장이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그런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어딘지 기이한 느낌이 든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점장이를 이 맹랑한 예언 따위만을 일삼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인생의 「카운슬링」역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점장이의 말이 흥미 있다. 「정신의 상처를 꿰매주고, 표류하는 사람에게 평화를 주며, 인생 난파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점장이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번 만나보고 싶은 행동도 없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엔 점장이를 찾은 「파리」시민이 무려 1백50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점장이 가운데는 「태양부인」(마담·솔레이으)과 같은 사람도 있어서 『「마담·솔레이으」를 찾으라』는 유행어도 있는가 보다.
현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인간에게 「노이로제」와 불안과 우울과 「히스테리」를 주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들은 『마음과 마음』의 대화를 갖고 싶어하며 정신적 안주를 원한다. 「카운슬러」로서의 점장이는 반드시 백안시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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