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Ryu … 완벽했다, 류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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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본토 개막전에 나서 1회부터 최고 시속 151㎞의 강속구를 뿌렸다. [샌디에이고 AP=뉴시스]

LA 다저스의 에이스는? 클레이튼 커쇼(26)다. 현재 다저스의 넘버1 투수는? 류현진(27)이다.

 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을 뿜어냈다.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그는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며 3피안타·3볼넷·무실점을 기록했다. 7회 말까지 1-0 살얼음 리드를 지킨 류현진이 물러나자마자 다저스 불펜투수 브라이언 윌슨이 세스 스미스에게 동점 홈런을 맞아 류현진의 승리는 날아갔다. 다저스는 결국 1-3으로 역전패했다.

 ◆발톱 부상 이겨낸 ‘보석 피칭’=지난달 3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 2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미국 개막전에도 나섰다. 펫코파크에는 역대 최다 유료 관중(4만5496명)이 들어찼다. 게다가 이 경기는 이날 유일하게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모두가 주목한 경기에서 ‘일류’답게 던졌다.

 시드니에서 오른 엄지발톱 부상을 입은 류현진에게 초반은 쉽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크리스 데노피아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체이스 헤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제드 저코에게 고의에 가까운 볼넷을 내줘 1사 만루를 만들었다. 류현진은 욘더 알론소에게 시속 153㎞ 낮은 직구를 던져 투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류현진은 2회에도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2·3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타자 에베스 카브레라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유인해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후 류현진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7회 1사 후 토미 메디카에게 볼넷을 내줄 때까지 16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이나 범타로 처리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보석을 던졌다”며 극찬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은 정말 에이스같아 보였다. 이제 다저스에는 3명의 에이스가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다저스에서 에이스라는 표현은 커쇼에게만 허용됐다. 2011년 이후 3년 연속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두 차례(2011·2013년) 사이영상을 받은 커쇼는 다저스뿐만 아니라 미국의 에이스다. 2선발은 2009년 캔자스시티에서 뛰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잭 그레인키(31)다.

 커쇼와 그레인키에 이어 류현진은 3선발이 분명하다. 그러나 외신은 류현진을 ‘에이스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류현진의 은사인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은 “발톱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을 텐데 능구렁이처럼 잘 던졌다. 정말 완벽했다”고 말했다. 포수 A J 엘리스는 “타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변화구 각도를 만들었다”며 “류현진은 이제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도 스스럼없이 구사할 만큼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다저스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원정·홈 1선발 … ‘일류(一流)현진’=개막 2연전에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다저스 넘버1 투수다. 단지 두 경기에서 잘 던져서가 아니라 ‘일류’다운 책임감과 안정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6시간의 비행과 10시간의 시차 때문에 누구나 꺼렸던 시드니 원정을 기꺼이 즐겼다. “난 그렇게 오래 비행기를 탄 적이 없다”며 빠진 그레인키와 대비됐다. 시드니 경기에서 다친 발톱 일부를 잘라내고도 류현진은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며 본토 개막전에 나섰다. 로테이션이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강한 책임감을 갖고 벌써 2경기를 던졌다. 덕분에 류현진은 탈삼진(12개)·투구이닝(12이닝) 1위, 평균자책점(0.00)·다승(1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샌디에이고=봉화식 LA중앙일보 기자,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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