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암 등 「문명병」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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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의 질병발생「패턴」이 최근 선천성기형·고혈압·당뇨병·암 등 이른바 문명병의 급증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10년간 한국인의 질병추이에 관한 연구」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정근 교수「팀」이 실시한 『우리 나라의 질병이환율 추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에 결핵·영유아기질환·노쇠증상 등은 각각 54·6%, 33·3%, 89·9%씩 감소한 반면 선천성기형은 무려 6배나, 암은 2·5배, 당뇨병은 1·33배,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질환은 l·25배씩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보사부가 1965년과 1973년8월1일 현재전국의료시설을 이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질병상해통계조사보고서」의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으로 김 교수는 우리 나라의 질병발생「패턴」도 차차 전염성질환 위주의 후진성을 탈피, 문명병위주로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결핵은 우리 나라 보건상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임은 틀림없으나 65년에 인구 10만명당 13명이던 결핵환자가 73년도에 5·9명으로 감소한 것은 퍽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군다나 0∼4세 아기들의 갖가지 질병이 33·3%나 격감된 것은 분명히 향상된 생활수준과 그에 따른 영양상태의 호전 및 위생관념의 개선의 결과로 풀이된다. 영유아기의 질병감소는 평균수명의 연장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경제발전으로 인한 생활의 윤택·영양과잉·인공식품첨가물의 범람·환경오염 등은 문명병의 급증이라는 오히려 더 심각하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님이 이번 김 교수「팀」의 연구로 밝혀진 것이다. 65년도에 인구 10만명당 0·1명이던 선천성 기형환자가 73년도에는 6배나 되는 0·6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정확한 원인이 구명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각종 화학물질의 출현과 선천성 기형발생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학계의 보고로 미루어 우리 나라의 선천성 기형환자의 급증현상은 심각히 검토되어야할 것 같다.
거의 90%가 환경탓이라는 암만 하더라도 65년의 인구 10만명당 2·4명에서 73년에는 5·7명으로 늘어났다.
또 눈에 띌만큼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현대 선진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질환과 당뇨병 환자가 꽤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듯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질병이 증가추세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신중히 검토해서 장기적인 보건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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