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탕트」란 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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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데탕트」란 말은 원래 「프랑스」어다. detente라고 쓴다. 「옥스퍼드」사전을 보면detendre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축 늘어진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선 활시위(현)를 늦출 때 「데탕트」라고 말한다. 활시위가 축 처지면 그 활은 쓸모가 없어진다. 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패배하거나 아니면 전쟁을 그만 두어야 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69년1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대결의 시대」를 거쳐 「협상의 시대」가 됐다고 선언했었다. 「데탕트」란 용어가 국제정치무대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다.
1973년6월 「브레즈네프」가 미국을 방문, 「핵부전협정」을 맺은 것이나, 중동전쟁에서 미·소 두 나라가 위기관리외교를 편 것은 모두 그 「데탕트」의 산물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패턴」을 분석하는 정치평론가들 중에는 흔히 「L·C순경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진보주의(L=리버럴리즘)와 보수주의(C=컨서버티즘)가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것이다. 가까이 1960연대로부터 70년대까지를 일별해도 이 L·C순경설은 일리가 있는것 같다.「케네디」→「존슨」→「닉슨」의 정치「패턴」은 그런「사이클」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국민감정이 보수주의의 색채를 띠어가고 있는 것은 그런「사이클」의 한 곡선인지도 모른다. 「닉슨」대통령이 「데탕트」를 외치고 있는 동안 소련은 중요군비에서 사실상 미국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군사「업저버」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인지반도에서의 쓰디쓴 경험이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패배를 당한 셈이다.
「포드」의 적수인 「리건」은 이와 같은「무드」를 재치 있게 이용하고 있다. 보수주의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포드」의 정책「팀」에서 불러 나온 「슐레진저」전 국방장관을 업고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포드」는 지난 2월 하순 「뉴햄프셔」의 예선에서 「리건」의 숨막히는 추격을 받았다. 「데탕트」도, 그렇다고 보수주의도 아닌 「포드」의 엉거주춤한 입장이 한계에 이른 것 같았다. 결국 「리건」의 파도에 말려서 『「데탕트」라는 용어를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포드」의 초조한 입장은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어딘지 대국대통령으로서의 「제스처」치고는 좀 「촌티」가 나는 인상도 없지 않다. 정작 사전을 보면 「데탕트」는 「방아쇠」라는 의미도 있다. 「방아쇠」는 언제나 긴장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공격적인 자세를 뜻할 수도 있다. 「포드」는 좀더 재치를 보였으면 좋았을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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