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의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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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의 마음도 흐뭇하다. 일본의 경도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미술5천년전」은 예상보다도 성황인 것 같다.『너무나 훌륭했다』「일본미술사를 고쳐 써야 할 것 같다』『역사의 편년 연구에 더없이 좋은 자료다』…일본문화계의 감동도 여간 아니다.
경도는 천년고도로 명승고적이 많은 도시다. 사계를 두고 일본내외의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무려 1천5백 몇10건에 이르는 일본의 국보와 중요 문화재가 이 고도에 흩어져 있다. 일본 사람들은 경도를 두고 「박물도시」라고 자랑해마지 않는다. 사실 한 관광객이 되어 이 고도를 거닐어 보아도 눈길이 닿는 곳마다 유서가 있고, 아름답게 이끼가 끼여 있었다.
바로 일본문화의 전시장 같은 이 고도에서 한국미술의 정화를 펼쳐 보이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문화를 반드시 우·열의 척도로 가늠할 것은 아니지만 일본시민의 눈에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는 일찌기 없었다.
일본의 문화계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른바 청동기 시대의 문화만 해도 그렇다. 일본 사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한반도엔 청동기문화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 같다. 그것은 일본 자신의 문화를 두고 하는 평가이기도 하다. 일본은 장신구로서의 청동기는 있지만 생활이기로서의 그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이미 청동기들의 발굴품을 갖고 있다. 72년 대전에서 발굴한 한 의기가 있었다. 이번 경도에 전시된 동검도 청동기시대의 문화를 증언하는 한 예이다.
한나라의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곧 우호의 표시일 수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국교나 우호의 표시는 문화교류로부터 시작된다. 「핑퐁외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미국과 중공은 문화사절단의 교환을 잊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흔히 서로가 가깝고도 먼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다분히 정치적 감정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결국 이런 정치적 감정이 문화적 감정에까지 그림자를 던져주는 것은 문화국의 태도는 아니다.
세계사의 새로운 국면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해 문화적인 우월만을 고집할 것도, 그렇다고 일본은 한국문화의 바탕까지도 고의로 왜곡할 것은 없다.
서로 따뜻한 마음으로 문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우호의 표시가 될 수 있다.
예술에는 국경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예술을 보고 느끼는 감동에는 국경이 없다.
우리는 새삼 선조들이 남겨준 문화에의 슬기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오늘의 창조에 어떻게 기여할 것 인가도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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