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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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프로·복싱」의 한「챔피언」이 소매치기에도 「챔피언」이었던 전력이 밝혀졌다. 현역 선수이기도한 그는 작년까지도 소매치기 현업에서 활약했었다고 한다. 그 「스케일」로 보아 어느 것이 주특기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챔피언·복서」가 되기까지는 필경 그 각고의 노력은 듣지 않아도 들은 듯 하다. 권투의 왕자가 되는 일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정말 피·눈물 나는 노력 없이는 생각도 못 할 노릇이다. TV 중계에서도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비록 「챔피언」이 되더라도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많은 것 같다.
소매치기는 그러나 서민을 괴롭히는 가장 대중적인 범죄인 점에서 동정을 받기는 힘들다. 최근 경찰 당국은 두팔을 걷고 나서서 소매치기의 조직을 캐고 또 그 뿌리를 뽑는다고 하지만 언제 그랬나 싶게 뿌리는 뽑히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것도 같다. 절제 수술을 해서 일소하기엔 이미 늦은 느낌도 없지 않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해도 역시 소매치기 등쌀 때문에 경찰이나 시민이 모두 머리를 흔드는가보다. 「보너스」를 지급하는 계절이 되면 신문이나 TV들은 소매치기 수법을 실연, 혹은 도해로 소개하고 있다.
관광국인 「이탈리아」같은 나라도 소매치기로의 악명이 높다. 어느 영화에선가 본 장면이 생각난다. 느닷없이 「로마」의 번화가에서 누가 달음박질을 친다. 그 뒤를 또 누가 쏜살같이 추격을 한다. 큰 일이 난 모양이다. 앞서 도망가던 사람이 별안간 「오린지」 행상을 하는 사람의 수레를 뒤엎는다. 「오린지」가 길바닥에 와르르 쏟아진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도망가고, 뒤를 쫓던 사람들은 어느 결에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바로 이때다. 소매치기들은 넋빠진 행인들을 상대로 일을 벌이는 것이다. 「핸드백」도 낚아채고, 여행 가방의 개복 수술도 한다.
우리야말로 먼 나라 얘기에 한 눈을 팔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부터 살펴야 하겠다. 소매치기는 무엇보다도 그 조직이 대단한 모양이다. 그들의 뒤를 쫓는 경찰까지도 한 때 그 조직에 발을 들여놓고 있을 정도였다. 전국적으로는 23개 파가 암 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조직원 (?)만 해도 1천여명이라고 한다.
문제는 남의 재물을 공짜로 넘보는「불로횡재」 풍조랄까, 그런데에 있다. 부지런만 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엔 그것이야말로 망국 풍조다. 우리 사회에도 『각고의 보람』을 교훈 할 줄 아는 분위기가 어서 빨리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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