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중상.무고를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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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가 언제쩍 과장이라고, 시골출신 주제에….』회사원인듯한 3명의 청년이 대폿집에서 주고 받는 대화다.
얘기는 모과장의 출신도에서 학력.가문으로 이어져가며 마구 헐뜯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였다하면 불평.비방으로 얘기는 시작한다.
옛날엔 우물터에서 아낙네들의 재잘거리는 「흉보기」가 지금은 다방과 대폿집에서 이뤄지고 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남을 헐뜯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채우려 한다. 자기 생각과 틀리면 상대방을 나쁘다고 한다. 자기만이 옳다는 생각이다. 속이 텅빈 국민일수록 심하기 마련.
2년전에 미국을 다녀온 K교수는 그곳의 미국인 사회학자 P교수가 미국인의 국민성을 가느다란 동그라미 안에 또 하나의 굵은 원을 그려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국민성을 속이 들어찬 「내실」로 표현하는 것이고 겉의 원은 사귀기 쉬운 부드러운 국민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하더란다. 그러면서 그 미국인 교수는 독일인의 국민성은 굵은 2개의 원으로 표현했다는 것.
그래서 K교수는 속으로 우리의 국민성을 겉과 속의 2개원을 모두 가늘게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는 것.
「프랑스」에서 7년동안 회사 해외주재원으로 있다온 C씨는 그동안 그곳에서 「아파트」생활을 하면서도 하나도 주위의 눈총과 거리낌에 관계치 않고 냄새가 지독하다는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것은 「프랑스」인들은 남을 해치지 않는 한 『나는 얼마든지 편하기 살수 있다』는 생활관념에 젖어 있어서 남의 일에 우리들처럼 그렇게 간여하려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7년동안 추방항의나 진정 1건 안 받아봤다고 했다.
「못먹는 감은 찔러나 본다」는 심사 고약한 짓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일기 시작한 서정쇄신.부조리제 거의 바람을 타고 사정(사정) 당국엔 각종 투서가 예년에 없이 부쩍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이중엔 보복심에서 남을 중상하거나 사감.사원(사원)을 풀기 위해 허위사실을 날조한 거짓 투서가 65~80% 가량 된다는 것.
그것도 대부분이 책임성이 없는 무기명 투서라고 한다.
지난봄 어느 사직당국에는 『K도의 K경찰서장이 지난해 추석때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투서가 접수했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결과K서장은 뇌물은커녕 표창을 받은 모범 경찰관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그리고 투서에 적힌 「이중림」이라는 사람은 그 주소에 살지도 않은 가명인 것으로 밝혀졌다.(조언=김형석 연세대교수.김종서 서울대 방송통신대학장)<백시억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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