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연 4단 관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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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1국에서는 불리하던 바둑을 역전승 했는데 제2국은 거꾸로 유리하던 바둑을 아깝게 져버렸다.
치훈은 초반에서 흑49의 요소와 55까지로 방대한 세력을 쌓아 흑의 작전상 승리라고 모두들 평가했었다.
백이 56으로 깊이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흑의 우세를 증명해준다.
흑59의 호수로 흑의 승리가 약속된 듯 했으나 60,62의 묘한 수순으로 백의 파괴작전도 성공을 거두었다. 따라서 흑은 59를 두기전에 가에 붙여 하변의 응수를 먼저 물어 보았으면 60,62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점은 흑의 「미스」라고 하겠다.
그러나 흑63으로 협공해서 여전히 반면은 흑의 「리드」. 흑85까지 좌상귀를 살려주고 선수를 뽑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81로는 82에 두어 패를 냈어야 했다.
치훈은 87이하로 공격해서 승산이 있는 걸로 생각했던 모양인데 초읽기에 몰리면서 어려운 공중전을 하기란 무리였다. 93까지 맹타를 날려 관전객의 마음을 죄게 했지만 이 93이 좀 과수였다. 이 수로는 96에 두어 흑59 한점을 사리면서 중앙 백을 좀더 공격했어야 했다.
97로 우변을 막았으니 102의 3.3침입을 선수로 당하고 110으로 흑석점이 완전히 죽어 오히려 좌중앙이 위태로와진 예상밖의 결과가 됐다.
또 흑129,131,133으로 패를 따서 중앙과 우변을 교환한 것은 그자체로도 손해인데다 좌변 흑의 사활에 직접 영향을 미쳐 여기서 바둑을 그르쳤다. 우변은 백이 살아가더라도 나에 두어 백한점을 먹을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적은 곳이었다.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1분내에 한수씩 두어야 하니 관전자가 더욱 안타까울 뿐이었다. 흑145로 좌변을 보강하면 살기는 하지만 백이 우상변을 파괴해서 5집반의 공제가 나올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치훈은 무리인줄 알면서도 자폭의 길을 택한것이었다.<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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