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통화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금년은 저축의 해라고 한다. 당국은 이미 그 제도적인 방안까지도 발표한바 있었다. 저축은 장래를 생각하는 생활자세로 훌륭한 미덕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저축할 수 있는 여유와 의욕에 있다. 설령 여유가 있어도 의욕이나 자극이 없으면 저축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다.
의욕이나 자극은 개인의 상황에도 달려있지만, 그보다는 사회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가령 「인플레」가 마치 야생마가 달음박질을 치듯 「갤러핑」상태에 있다면 저축은 하나마나다. 오히려 안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른바 『근로자재산형성 저축제』에 흥미를 가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곰곰이 저울질을 해보고 있는 것 같다. 「인플레」가 앞장을 서게되면 아무 보람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지통신원의 보도(작일자)를 보면 브라질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둔 나라인 듯하다. 10여 년 전 만해도 「인플레」로 악명이 높던 「브라질」이다. 64년도엔 물가상승율이 무려 86.6%에 달한 일도 있었다. 이런 형편에서 근로자들은 무슨 의욕이 있을 리 없다. 저축은 그만두고라도 우선 살기에도 숨이 찼을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물가상승율은 45, 41, 24%…로 떨어지기만 했다. 한편 성장율은 「파국」에서 깨어나 8년만에 10%를 뛰어넘는 기록을 거두었다.
그 비방은 무엇이었을까. 「브라질」의 정부는 우선 성장의 고삐를 잡고, 철저한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세출의 항목을 정선하고, 「밑 빠진 시루」와 같은 국영기업체들도 대담하게 정비했다.
그 무렵 사회부패 현상도 일소하는 일에 브라질정부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뇌물을 받는 사람은 가차없이 최고형을 받았다. 「인플레」를 등에 업고 폭리나 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지없이 과세도 했다.
이번엔 두 번째의 조치를 강구했다. 이른바 「통화가치수정제」가 그 경우다. 이것은 저축을 한사람이 「인플레」로 손해를 보지 않게끔 실질가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다. 「브라질」엔 기획조정성이 있어서, 여기서는 매년 물가의 상승을 감안한 가치수정치를 발표한다.
따라서 이것을 기준으로 예금·대출·임금·집세나 국공채 또는 공공요금도 아울러 수정한다. 세금을 일부러 물지 않고 돈 가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겐 수정치를 적용, 인플레에 따른 가산세액을 물게 했다.
한편 근로자저축 중 가치수정분엔 「인플레」보상의 뜻을 살려 따로 소득세를 물리지 않았다.
「브라질」의 「인플레」는 지난 71년이래 18%로 거의 안정되었다. 성장율은 반대로 11%를 넘어서고 있다. 6년 동안 각고의 노력은 기어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새삼 우리의 흥미를 자아내는 귀감이 됨직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