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門으로 들어선 王8단, 결정타를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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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제9보 (166~189)]
白·중국 王 磊 8단 | 黑·한국 曺薰鉉 9단

왕레이8단은 전보에서 백△와 흑▲의 교환으로 한 재산 크게 날렸다. 쉽게 골인할 수 있던 바둑이 이제는 위태롭게 되었다.

인터넷 해설을 맡은 양재호9단은 "미세하다. 아직은 백이 좋은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바로 이때 왕레이8단의 패착이 등장했다. 바로 166. 한쪽은 사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죽는 길이라고 했는데 왕레이는 두개의 문 중 죽음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참고도' 백1로 아래쪽을 막는 것이 옳았다. 사실 위쪽은 가만히 놔둬도 166으로 둔 것과 비슷하다. 아래쪽은 다르다. 실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백집이 5,6집 이상 줄어들었다.

게다가 흑집이 불어날 기세여서 174로 견제했는데 이 수가 또한 대악수였다. 175,177로 파고들자 백집이 계속 줄어들면서 응수도 난감하게 된 것이다.

왕레이8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초읽기 탓이라기보다는 큰 승부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탓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분명 우세한 바둑이고 그걸 다지는 수순도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평소 실력이라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정도인데)王8단은 계속 헛손질을 하며 자멸하고 만 것이다.

백 모양이 자충의 형태로 변하면서 뭔가 기분이 나쁘다 싶을 때 曺9단이 189의 결정타를 날렸다. 놀랍게도 백A로 끼우는 수가 없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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