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보니 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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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기상청 이천우 예보국장의 이름은 한자로 '天雨'다.'하늘 천'에 '비 우'. 기상청이라는 직장과 잘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때 전공도 기상학을 했고,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일했다. 그는 "국제회의에서 중국.베트남 등 한자문화권 사람들에게 한자가 적힌 명함을 건네면 '천직'이라는 둥 한마디씩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에는 그처럼 이름과 맞아 떨어지는 일을 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천문석 교수도 가끔씩 이름에 맞춰 전공을 택한 것인지 주변에서 질문을 받는다. "이름과는 관계 없고,대학 시절 물리학을 했다가 지도교수의 권유로 대학원 때부터 천문학으로 바꿨다"는 게 천교수의 설명.현재 연세대 천문대장을 맡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이조원 단장도 이름에 하는 일이 예견된 경우다.'테라'가 1조란 뜻인데 이름은 '2조'다.

테라급 나노소자란 현재의 메모리(기가급)보다 기억 용량이 1천배 이상 큰 메모리를 말한다. 이단장은 가끔 "메모리 용량도 이름만큼 돼야겠지만, 연구비도 2조원쯤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는 해수(海水.바닷물) 아래 감춰진 해저 유물과 자원을 찾는 게 임무다. 한자로는 이름을 '海洙', 그러니까 '물 수'자 대신 '물가 수'자를 쓴다.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이월성 발전부장은 지역과 이름이 얽힌 경우다. 그는 "가끔씩 왜 월성 원전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느냐는 농담을 듣는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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