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인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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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란」은 지형이 좀 이상하게 되어있다. 해안이 남북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서로 대륙에 붙어있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북쪽의 「카스피」해는 내해여서 닫혀 있는 셈이다.
수도 「테헤란」은 그러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세계와 통하는 길이라고는 항공로 아니면 육로뿐이다. 육로란 남부의「코람샤」항이나 「반다르아바스」항에서 국토를 세로 질러 「테헤란」에 이르는 길이다.
사막과 산간으로 이어진 그야말로 삭막하기 이를데 없는 길이다.
바로 이 사막의 길을 달리는 「트럭」들이 한국인의 손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는 것은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아라비아」라면 아직도 우리는 무슨 전설의 세계처럼 생각한다. 천일야화나 있는 아득한 고장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바로 한국인들이 그 황량한 대륙을 누비고 있다. 마치 화물열차와도 같은 대형 「트럭」들을 몰고 부릉부릉 몇 천리 길을 질주하고 있다. 「이란」의 동맥을 움직이는 「히어로」들인 것이다.
본사 「이란」 특파원의 현지보도를 보면 현재 8백여명의 운전기사들이 종횡으로 「트럭」들을 몰고 달린다. 「테헤란」에서 「코람샤」항까지는 무려 1천54㎞, 다시 「테헤란」에서 「반다르아바스」항까지는 1천8백㎞. 서울서 부산을 네 차례나 오가고도 남는 거리가 1천8백㎞이다.
본사특파원은 바로 이 「트럭」의 장정에 동승, 기사를 보내고있다. 우선 놀라운 것은 길이가 12m도 넘는 대형「트럭」들을 몰고 바람처럼 달리는 그 장쾌한 솜씨들이다. 운전기사들은 며칠을 두고 밤낮으로 이 장정에 임한다. 한국인의 의지나 집념은 대단한 것 같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그 지방의 고약한 일기인 것 같다. 한밤이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서 한낮이면 30도로 오르는 삼복과 엄동의 교차. 그것은 상당히 강인한 적응력과 의지가 아니고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모두들 견디어 내며 그 일들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보수가 대단치 않은 것은 한편 충격적인 사실이다. 월간주행거리 1만2천㎞에 6백25「달러」를 약속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해야만 그 정도의 월급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도로가 고속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지「르포」사진을 보면 만만치 않은 산비탈길도 적지 않다. 보통의 중노동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우리 기술자들이 성실과 근면으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그것은 민족성의 한 저력을 세계에 과시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결코 약한 민족이 아니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 사실이 여간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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