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최규하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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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 내각을 「실천내각」 또는 「실무내각」이라고들 하던데요.
『글쎄요…역시 실천해야죠. 국가의 대 방침을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면 우리는 그것을 충실히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등청 첫날인 토요일, 「스팀」도 꺼진 저녁7시 반이 넘도록 썰렁한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신임 최규하 총리서리는 『일하는데 토요일·일요일이 문제됩니까. 바쁘면 일 봐야죠』라고 했다.
『오늘 인계·인수를 했습니다 만 하루도 쉴 수 없는 형편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따라갈지 말지 한데 남쉴 때 다 쉬고 해서는 언제 따라가겠어요. 게다가 년 내에 처리해야할 잔무도 있어 토요일 오후라도 쉴 수가 없어요.』
-총리실 스탭을 새로 빨리 짜야 죠.
『그게 뭐, 급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현재의 조직도 있잖아요.』
-혹 전임 총리처럼 의원겸직을 하실 가능성은.
『아니, 그런 얘긴 하지도 말아요. 그런 정치적인 문제는…』
화제가 다소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가자 그는 손까지 내저으며 「노·코멘트」로 일관이다.
『정치, 정치 하지만 하는 정치만 갖고는 발전하는 근대국가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다』는 말에서 들여다볼 수 있듯이 최 총리서리는 정치엔 아랑 곳 없는 사람.
최 총리서리의 성격을 평하는 얘기 중에 『돌다리를 건너되, 두드려 보고건너는 사람을 보고 건너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 말을 했더니 『남들이 우스개로 한 얘기』라고 받아넘겼지만, 그만큼 조심하고 신중한 성격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새 내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서 서민생활의 명랑 화를 위한 무슨 구상이라도.
『차차 두고 봅시다.지금은 차분히 일해 나가겠다고 만 얘기합시다.』말을 앞세우지 않고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인 것 같다. <글·그림 정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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