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립주의 배격한 아시아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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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드」 미국 대통령이 중공방문으로부터의 귀국 도상에서 나온 「신태평양선언」은 그 내용이 정책상의 참신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시기성 때문에 우리의 관심의 적이 되는 것 같다.
첫째는 어느 수뇌회담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공동성명이 이번의 미·중공 회담에서는 상호 합의하에 생략된 채 끝이 났으며,
둘째 이제는 인지사태 이후 미국의 대동남아 대책의 재조정 기에 해당하고,
셋째로는 내년으로 임박한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포드」류의 대외정책 「이미지」로 부상시킬 시기란 점인 것 같다.
이 모두가 70년대이래 미국의 외교가 추구하고 있는 강대국간 화해 정책의 틈 속에서의 제약성을 안고 있으며, 그것을 다시 조건 짓고 있는 일본과의 유대 및 중·소 관계에 대한 조심성 있는 접근이 역연한 것이다.
우선 미국을 일본·중공, 그리고 소련과 더불어 태평양 세력으로써 규정한 점이라든지, 중공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반패권주의에 대한 원칙적인 동의는 중·소 관계에 있어서의 균형자적인 자세를 지니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전 6개 항목으로 정리된 신태평양선언은 우선 미국이 태평양 세력이라는 전제 아래 그에 따른 미국의 정책을 전통적으로 미국의 본원적인 정책이었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그 정책이 지니는 『행동의 자유를 범세계적인 책임과 교환했다』고 갈파함으로써 미국의 보수성 내지는 후퇴성을 전적으로, 그리고 명백히 부인한 것이다.
이는 69년의 「닉슨·독트린」 이래 계속 논의되어지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고립주의 경향에 대한 내외로부터의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도전에 대해서 명백히 그의 대외정책에 대한 전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포드」의 신태평양선언은 결코 미국의 대외적인 「커미트먼트」(참여)를 새로이 한 것은 아니고 대통령 선거에 앞서서 고립주의 논쟁에서 그의 입장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드」의 신태평양선언이 「새로운」 정책의 내용이 될 수 있는 점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포드」가 얘기한 바 「아시아」 국가들의 주권과 독립의 보존을 위하여 태평양 세력으로서 미국은 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군사적인 안전보장 이상으로 각국의 『국민적 정통성과 사회 정의의 구현이 전복과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선결 요건』으로 천명한 점이다. 이는 「닉슨·독트린」이 요구한바 분쟁 당사국의 군사적 부담의 증가 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정치적인「뉘앙스」를 지니는 것 같다.
둘째로 제3항에서 지적한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를 역설한 점이다. 여기에서 이색적이라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중공의 반패권주의에 대한 동의인 것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영토의 존중, 외부로부터의 침략 위협 및 내정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평등과 공존의 원칙 위에선 동의인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에 대한 미국과의 합의는 중공의 입장으로서는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 관계에서 가장 심각히 문제되는 것은 이러한 원칙들의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내정 불간섭의 원칙이란 소련의 「체코」 침략 때에 적용된 주권제한론(브레즈네프·독트린)의 적용에서 야기될 침해성에 대한 중공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미·중공간의 반패권주의에의 동의는 물론 그 기초를 이루고 있는 제원칙들의 해석상의 일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점 「헬싱키」 회담에서도 소련이 뜻하는바 내정 불간섭이 서구 세력으로부터의 내정간섭만을 규제하려던 소련 위주의 원칙에는 제동이 걸린 것이며 중공으로서는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세 째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미국의 회담 용의를 재천명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어떤 의도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또한 주한 미군의 주둔이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미국의 개인 공약이라는 점을 간단히 표명함으로써 미군의 주한 문제에서 중공과의 양해가 성립되었으리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넷째 제4항에서 동남아 국가들과의 강력한 유대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 제5항에서 인도지나 국가들과의 호혜적인 행동으로써 비롯될 수 있는 우호적인 관계 개선의 용의를 제시한 점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인지반도에서의 일방적인 급격한 철수로써 이룩하여 준 공산세력 득세에 대한 미국의 최소한도의 요구이며 앞으로 인지반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미국의 태평양 정책에서 다시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공산화는 당연히 중공의 영향권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소련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중공의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한 것이며 이점 미국의 대 인도지나 국가에 대한 외교정책을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예상외로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드·독트린」이라 불릴 신태평양선언은 중공의 반패권주의에의 동의 아래 미국이 대평양 세력으로서의 위치를 확립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건재를 과시하였고 이는 최소한 다음 선거에서 적극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리라 전망된다. 【오기평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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