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회담… 한반도 문제가 상위권 의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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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영희 특파원】「포드」 미대통령의 북경 방문을 수행 취재 중인 본사와의 특약사인 「볼티모·선」지의 「어니스트·퍼거슨」 기자는 3일 하오(북경 시간) 김영희 본사「워싱턴」 주재 특파원과의 전화를 통해서 한반도 문제는 토의안건의 상위권에 들어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공화당의 우파한테 쫓기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포드」, 그리고 일반적으로 과도적 지도자라고 알려진 등소평 중공 부수상의 불안정한 정치 입장 때문에 이번 미·중공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계속 유력하다고 말했다.
「퍼거슨」 기자는 중공이 최근 「키신저」 국무장관의 한국 문제에 대한 4자 회의를 거절하고 한국 문제로 역선전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이번 정상회담의 분위기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본 특파원과 「퍼거슨」기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김 특파원=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문제도 토의될 것이라고 「키신저」는 말했는데 한국 문제 토의의 내용에 관해서 알려진 것이 있는가.
퍼거슨=전혀 없다. 한국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 관해서 토의 내용이 일체 밝혀지지 않았다. 철저한 보도 관제다.
김=그래도 한국 문제가 토의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는가.
퍼거슨=소식통들은 일반적인 국제 문제가 토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문제로서는 한국 문제가 상위권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하비브」차관보가 귀국길에 서울을 방문한다는데 그것은 한국 정부에 결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 만큼 한국 문제가 상당히 깊이 토의되고 있다는 징조인가.
퍼거슨=그렇게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확증을 잡을 수가 없다.
김=양측의 태도가 냉각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는데 지금은 어떤가.
퍼거슨=그런 보도는 첫날밤의 연회에서 등소평이 미·소「데탕트」를 비판한 데서 나왔다.
등은 자기 「스타일」대로 「데탕트」를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결국 「데탕트」에 관한 이견 때문에 공동 성명 발표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김=모택동이 「포드」를 만날 때 「베티」여사·「수전」양과 다른 수행원까지 접견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퍼거슨=약간 이례적인 우호의 표시라는 관측이 있다. 「닉슨」때는 「키신저」만이 동행했다. 물론 「포드」의 가족과 다른 수행원들은 악수를 한 후 사진 찍고는 나와서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중공 언론은 「포드」 방문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퍼거슨=보통 수준이다. 2일 밤10시30분에 「텔레비전」이 10분 동안 「포드」의 방문 첫날 활동을 소개했고 「포드」-모 회담을 잠깐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포드」와 모의 사진을 1면에 실었는데 그 크기와 위치가 「버마」의 「네·윈」이 왔을 때와 똑같다.
김=결국 「포드」의 귀국 선물은 어떤 것일까.
퍼거슨=우리는 이미 대단한 성과를 바라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처지가 아닌가. 구체적인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고 해도 무역과 문화 교류에 관한 사소한 것일 것이고 가령 대만 문제 같은 게 합의하는 일 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김=「리건」은 이제 중공 측에서 누군가 미국을 방문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북경에서 보기에는 그런 비판이 어떻게 들리는가.
퍼거슨=「포드」에 반대하는 「리건」 같은 보수주의자가 할 만한 말이다. 「리건」은 「닉슨」과 「포드」가 중공을 방문하고 중공은 아무도 「워싱턴」을 방문하지 않아서 중공의 콧대만 높이고 있다고 비난한다. 「리건」한테는 좋은 정치적 「이슈」가 된다고 본다.
김=지금까지 현지에서 관찰한 것을 토대로 미·중공 관계의 정상화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퍼거슨=지금의 아주 작은 성과들이 관계 정상화로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자극제 구실은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미국과 중공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특히 미국의 사정 때문에 정상화의 조기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령 대만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은 커다란 정치적 도발이다.
「포드」는 지금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민주당과의 경쟁을 뒤로 미루고 중공과의 정상화를 반대하는 공화당 내부의 우파와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정상회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김=72년의 「닉슨」 방문과 이번 「포드」 방문 사이에 인지전 실패·「워터게이트」사건·「닉슨」 사임과 「헬싱키」 선언 같은 일련의 큰 변화가 있었다. 그것들이 회담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나.
퍼거슨=중공은 미국의 입장이 72년보다는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중공은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계속 개입하기를 바란다는 견해도 있다. 즉 중공은 「아시아」에서 미군의 주둔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견해와 미국은 역시 「종이 호랑이」였구나 하는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요즘 중공은 미국을 심하게 규탄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종이 호랑이 선전의 시대는 최소한 극복된 것 같다.
김=날씨는….
퍼거슨=추운 편이다. 계속 햇볕이 나더니 3일부터 잔뜩 흐리다. 「워싱턴」같으면 눈이 내리는 그런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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