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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간 미셸 "표현·예배 자유는 천부인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22일 베이징(北京)대 강연에서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강조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미셸 여사의 강연은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에 탑승한 중국인 등 승객들과 가족에 대한 위로로 시작됐다. 이어 미셸 여사는 작심한 듯 “내 남편과 나는 언론과 국민이 제기하는 질문과 비판을 수용하는 최종 위치에 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목소리와 의견을 경청할 때 국가는 더욱 강해지고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다른 문화와 사회의 특수성을 존중하지만, 자유롭게 표현하고 스스로 선택해 예배하며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천부인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언론통제와 티베트 불교,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강경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미셸 여사는 강연에서 “만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만 리를 여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미·중 간 인문교류도 강조했다. “현대는 공공외교 시대이고 양국 유학생들의 교류는 매우 강력한 (인문교류의) 채널이다. 젊은이들이 유학을 통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미셸의 중국 방문은 교육에 중점을 둔 비정치적 목적이었으나 미셸이 대담한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 대부분은 언론과 종교 자유 관련 부분은 빼고 보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미셸 여사의 영문원고 전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미셸 여사는 전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환영 만찬에서는 정치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었다. 만찬에서 시 주석이 “중·미 관계는 양국이 노력해 신형대국관계라는 목표를 향해 부단히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정치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미셸 여사는 이에 대응하지 않고 “초청에 감사한다. 오늘 중국의 청소년들과 교류하고 고궁(자금성)을 방문했는데 잊기 어려운 경험이다. 자주 올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이 만찬은 영부인 외교의 하이라이트였다. 예정에 없던 시진핑 주석이 직접 미셸 모녀를 맞았다. 시 주석 부부가 함께 외국 정상들과 만찬을 한 것은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 부부 방중 때뿐이었다.

 하지만 ‘퍼스트 칠드런’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미셸의 두 딸 말리아(15)와 사샤(12)의 말동무는 없었다. 당초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부부 사이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2)의 등장이 미셸 여사의 방중만큼이나 중국인들의 관심거리였다. 시밍쩌의 얼굴은 할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찍은 어릴 적 가족사진 외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검색어 역시 차단된 상태다.

 1992년생인 시밍쩌는 2009년 항저우대 외국어학원에 동시통역 전공으로 입학했다. 2010년 가명으로 미 하버드 대학에 유학했으며 한때 귀국설이 돌았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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