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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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행복의조건』 (TBC) 과 『신부일기』 (MBC)는 우리나라 TV 연속극의 한계와 가능성을 투영해 볼수 있는 시금석과 같은 「드라마」다.
『신부일기』의 경우, 한중년의 부부와 결혼한 삼형제 그리고 고모네 가족까지를 한지붕 밑으로 몰아넣은 기본설정에 시청자는 약간의 저항감을 느끼기도하 지만 서민의 생활감정을 잘 비추어주는 「에피소드」의 전개와 개성을 뚜렷이 살린 등장인물의 성격설정이 훌륭하다.
특히 매끄러운 대사로 서민생활의 감정적 기복을 깔끔히 처리해주고 있어 시청자가 극적상황과 심리적 합치를 쉽게 이룰수 있다.
만약 『신부일기』를 「에피소드」단위의 「시추에이션·홈·드라마」로 만든다면 「롱·런」에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시청자의 기호와 TV매체의 현실적 특성을 너무도 잘 알고있다.
한편 『행복의 조건』의 경우 작가의 주제의식이 너무나 뚜렷하여 강박관념화되어 있다.
이 「드라마」가 작가의 노력에 상응하는 반응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TV연속극의 틀에 이와같은 강한 주제를 분절하여 담으려했기 때문이요, 둘째 강박관념화한 작가의 주제의식이 어색한 대사를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드라마」의 주제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예술성이 있다.
이런 주제라면 몇십회·몇백회씩 연속극으로 끌고나갈것이 아니라 60분이나 1백20분으로압축하여 극적 밀도를 높이는 쪽이 주제가 함축한 예술성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작가는 TV「드라마」란 한회 한회 시청자에게 적당한 양의 오락성만을 주면된다는 잘못된 전제아래 얄팍한 극적기교 만으로 시청자를 기만하려는 작가에겐 작가적 성실성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고있다.
만약 이「드라마」가 응분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TV매체 예술이 상극하기 때문도 아니고 TV시청자의 수준이 작가의 기대보다 낮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연속극이란 형식에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한국 TV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이와같은 「드라마」는 권장되어야한다. 이왕 시작한 이상 방송국은 작가의「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될수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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