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덱스」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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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의촌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가 보다. 선진국이라면 천국처럼 생각하는 우리에겐 좀 의외다. 가령 알래스카 같은 지역은 의사가 도무지 가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산도 자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무의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중공과 같은 데서는「맨발의사」제도가 있다.
영어로도「베어·푸트·닥터」라고 부른다. 하긴 공산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명령과 통제로 일원화해 있어서「맨발의사」도 가능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는 메덱스(MEDEX) 제도라는 것을 5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메덱스」란「메디신·익스텐션」(Medicine Extension)의 약칭. 의료확장제도라고나 할까. 이 제도에 따르면 누구나 3개월의 기초의료교육을 받고, 9개월의 임상실습을 거쳐「메덱스」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물론 전문적인 의료행위는 할 수 없지만, 「임시조치」의 구실은 할 수 있도록 했다. 말하자면 응급조치 의사인 셈이다.
실제로 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들에서 이런 제도는 빚을 보고 있다. 그밖에도 타일랜드이란 등지에서「메덱스」제도를 도입했었다. 타일랜드의 경우는 비교적 성공을 하고 있는데 반해 이란에서는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란이 실패한 사례는 귀담아 둘 만하다. 우선 메덱스 의료원들이 상당기간이 지나자 도시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장은 정규의사와 메덱스와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의료행위가 점차 질적인 후퇴를 가져오는 결과가 되었다.
메덱스 제도는 따라서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메덱스의 의료행위가 전문의사와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이런 제도를 감독하는 행정조치가 또 그 뒤를 받쳐 주어야 한다.
과연 이런 메덱스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때 제대로 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속칭「돌팔이의사」도 뿌리뽑기 어려운 현실에서 완벽한 행정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란에서와 같은 경우도 능히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무의촌의 문제는 결국 사회보장제도와 관련이 되어 있지 않는 한, 달리 해결의 열쇠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사회보장제도는 단순히 탁상공론으로 되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 사회의 전체적인 향상과 모럴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 어느 공개토론회에서 다루어진 메덱스 제도의 도입문제는 제도를 위한 제도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의사가 스스로를 성직시하지 않는 풍토에서 그것은 더구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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