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에서의 문화의 전통성-문화인류학회 전국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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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도 인류학회의 연구결과를 결산하는 문화인류학 전국대회가 8,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인류학회(회장 장주근)가 주최한 이번 전국대회는 『일본 기마민족 정복설과 복식의 상관성』(김동욱·국문학·연세대) 등 8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외국인 「길레모」씨가『한국 어촌의 삼신할머니』를 논문으로 발표, 주목을 끌었다.
한편 9일 하오에 열렸던 「심포지엄」에서는 『급변하는 사회에서의 한국문화의 전통성』을 주제로 가족생활·관혼상제·신앙·생활관 등이 현재의 한국문화 속에서 어떻게 변모되어 있는지 인류학적인 접근시도가 있었다. 다음은 그 요지.

<가족생활>점차로 소가족화|이광규(인류학·서울대)
우리 나라에서 가족변화의 형태로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소가족화와 가부장권의 약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외부로 나타난 현상일 뿐 아직도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 농촌의 부모들이 경제적인 이유에 따라 딸은 국민학교까지, 아들들은 중학교까지, 장남은 고등학교까지 보내는 자녀의 교육차등에서 전통적인 장자우대 불균등상속의 변형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토지를 생산수단으로 자식들에게 분배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교육을 보다 가치 있는 생산수단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결론적으로 가족의 기본구조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가족은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사회라는 시대감각에 맞춰 가장 가치있는 것과 생활공간만을 변화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관혼상제>가족·명분이 지배|장철수(인류학·서울대)
생활양식의 변천에 따라 관혼상제는 규모와 형식에서 알맞게 적응해왔다.
그러나 기본적인 의미나 구조에서 가족주의와 명분주의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 원리는 다른 사회생활에까지 작용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종친회·화수회 등은 가족주의에 입각한 혈연성을, 동향군·면민 친목회는 명분주의에 입각한 지연성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좋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국가정책적인 의례준칙도 이런 가족주의와 명분주의를 인위적으로 파괴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관혼상제는 한국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든 시대적 사리성에 의해 형식의 부분적인 변화가능성만이 있을 뿐 가족주의와 명분주의는 불변의 기본원리로 계승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관>심한 정신적 불안|강신표(인류학·영남대)
오늘날 우리사회는 근대화 혹은 발전 등의 용어로 미화되는 급속한 변동기를 체험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복잡한 변동기에 처해있으나 한국문화분석상으로 「조선농민사회문화」와「도시시민사회문화」라는 두 가지 이념형을 설정, 나누어 이해할 수 있겠다.
끝없는 인고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안정과 질서를 세우고 살아온 근대 이전의 생활「리듬」이 경제건설 등에 의해 파괴되고 인간성의 통합을 와해시킬 정도의 정신적 불안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농민사회의 문화가 시민사회의 그것으로 바로 교체될 수 없었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고 지금 상태로는 전통문화에 연결되는 「생활관의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신앙>활발한 신흥종교|류동식(인류학·연세대)
사회적 변천과 별 상관없이 자체의 신앙양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민간신앙이다. 여기에 변동기의 불안한 민중의 종교적 욕구에 대응, 신흥종교도 상당히 활발한 활동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종교현상 속에 공통된 신앙의 전통성으로 ▲현세이익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제재초복적 성격 ▲감정적·정신적 요소가 강한 강신의식 ▲사회·문화변동에 대한 보수적인 성향 등을 특색으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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