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중의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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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예고지표가 9월중 0.2「포인트」상승해서 1.4를 기록함으로써 경기는 상승세를 뚜렷이 보인다고 기획원은 평가했다.
9월중의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3.8%가 증가했고 출하도 2.4%나 중가해서 재고는 0.1% 줄어들었다 한다.
또 10월중의 상품수출은 5억5천만「달러」에 이르러 KFX수입 4억4천만「달러」를 1억1천만「달러」나 상회하는 실적이다. 이들 제지표를 표면에서 관찰한다면 일단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해서 큰 잘못은 없을 것도 같다.
그러나 문제는 통계상의 전월 대비 변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하고 있는 내용상의 질이 어떤 것이냐에 있는 것이므로 기계적으로 경기국면을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경기회복과 물가압력의 가중이 병행되는 성질의 국면이라면 경기회복의 지속성이나 건전성에 대해 깊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중에 소비자물가가 1.4%, 도매물가 0.9%나 상회함으로써 전년 말 대비 각각 25.2%, 17.3%나 상승하고 있다면 경기회복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고만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물가억제를 위해 강력히 실시한 긴축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재평가를 해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압력이 그렇게 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분석이 내려져야 한다. 원인을 분명히 규명치 않고서는 실효성 있는 물가대책이 제시될 수 없겠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KFX수입이 각종수입억제정책 때문에 감소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총수입의 감소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도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 또 총수입이 감소할 만큼 수입억제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면 그것이 근자의 물가상승이나 생산증가와는 어떤 의미관련을 가지고 있는지도 일단은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
수입절감이 물가상승과 무관하거나 생산증가에 저지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산원자재 대체율이 같은 비율로 개선되었거나 소비절감율이 상응하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음이 실증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국내산업구조로 보아 그러한 대체효과나 절감효과가 기대키 어려운 것이라면 수입억제가 물가상승압력에 반영되거나 경기회복에 저지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제지표의 변화가 어느 경우를 시사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이 앞서야 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수출증가와 수입정체가 일정기간 지속된다면 결국 수입원자재 보유는 급속히 감소되는 것이 정상이나 재고지수는 전월 대비 0.1%밖에 감소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KFX수입 감소가 곧 총수입 감소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수입「채널」의 변경을 뜻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만일 단기신용으로의 전환으로 외환부유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제수지문제의 해결을 뜻하는 것 보다는 이월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국내경기의 회복이 물가나 국제수지압력을 가중시키지 않고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만 진실한 의미에서의 경기회복인 것이다. 지속성 있는 회복책을 더욱 면밀히 추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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