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위에 탈 얹어 놀며 관객 대변하는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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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량굿·이야기장사 등과 더불어 잊혀진 전통연극으로 꼽히는 발탈의 연희내용이 상세히 밝혀졌다. 28일 서울 미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연극학회의 제3회 정례연구발표회서 심우성씨(민속극연구가)가 『발탈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이미 지난 74년 광대줄타기의 명인 이동안옹(부산동래구온천동)이 발탈의 연희자이기도 했다는 것을 발견, 이옹으로부터 발탈의 연희내용과 재담을 조사, 채록해 온 심씨에 의하면 발탈은 일명 족탈 혹은 족가면으로도 불린다.
발탈은 1930년대까지는 포장굿패·구극패들에 의해 자주 공연됐고 창·농악·줄타기 등의 놀이가 끝나면 「앙코르·레퍼터리」로 사랑 받던 전통연극의 한 유산이다. 기록은 전혀 없으며 구전에 의해 막연히 신라시대부터 진중에서 놀이되었다고 전해질뿐이다.
발탈의 무대는 인형극의 무대와 유사한 포장친 무대다. 포장 안에 발탈꾼 1명이 무릎을 세운 상태로 발을 포개고 누워 그 위에 탈을 얹고 놀이를 한다. 공연시간은 짧으면 20분, 길면 50분. 발탈꾼 외에 어릿광대가 1명 등장하고 잽이(악사) 4∼5명이 피리·젓대·해금·장구·북 등을 쳐 흥을 돋우면 중간 중간에 만고강산·진도아리랑·창부타령 등의 잡가와 단가가 삽입된다.
시골처녀·총각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던 발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나(무형문화재 남형우씨 증언) 이번에 심씨가 채록, 발표한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소도시 시정가의 약삭빠른 상인들 풍경을 담은 이야기다. 조기·젓갈·방물장수등 장사치로 발탈꾼이 한국음식의 종류·의복이름과 수자를 헤는 타령 등을 하면 어릿광대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 『상인들은 상리에 밝으니 조심하시오』등을 읊는다.
전통연극에서 잊혀졌던 발탈의 놀이내용은 앞으로 연극인뿐 아니라 국문학자들의 관심도 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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