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거북선」담배의 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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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매수입만 늘어난다면 애연가들의 불편쯤이야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늘의 전매행정을 지배하는 으뜸가는 지도원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원리가 계속 지배하는 한 국민들은 앞으로도 줄곧 전매청의 속 들여다보이는 위장전술에 직면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울분을 참고 비싸진 담배를 계속 사 피울 것인가, 아니면 아예 단연을 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빈번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국가세입쪽의 급한 사정만 생각한다면 연례행사와 같은 담뱃값 인상이나, 또는 그와 다름없는 새 고급담배 판매가 일단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해도 최근 소위 고급담배 시판을 둘러싼 일련의 전매행정은 시정에서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할만큼 몇 가지 문제를 안고있는 것 같다.
논의의 초점은 「선」「거북선」등 새 고급담배 시판이 결국 또 한번의 담뱃값 인상이라는 전통적인 수법의 하나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점인 것 같다.
애초에는 외국인들에게만 판매한다는 명분으로 제조되었던 이들 고급담배가 어떻게 해서 슬그머니 시중판매로 돌아선지는 명백한 해명이 없었다. 알려지기로는 올해 중 5천만갑을 외국인에게 팔 생각이었던 모양이나 실제로 8월까지 나간 것은 8·4%밖에 안되었다니 우선은 당국의 수요추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당초 외국인의 양담배소비를 대체하겠다는 이 계획에 대해 각계에서는 많은 논의가 없지 않았다. 고급잎담배수입을 위한 외화지출에 대해서도 반대가 없지 않았고, 수요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여러 번 지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드 굳이 강행되었던 새 고급담배 제조는 결국 애초의 예상대로 시판에 의존하는 사태로 이어졌지만, 그 결과는 매우 역설적이다.
정부는 고급담배의 시판으로 적어도 전매수입을 올해 중에만도 1백60억원 더 늘릴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국민들은 정부가 수입한 양담배를 비싼 돈만 내면 얼마든지 피울 수 있게된 것이다. 말하자면 전매청은 이제 담배만 많이 팔 수 있다면 귀한 외자를 낭비하는 것도, 소비성향의 사치화 경향도 얼마든지 무릅쓰겠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혹은 시판과 함께 수입잎담배 혼입비율을 줄여 외화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변명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이미 고급 새 담배가 아니므로 값을 도로 내려야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경제의 각부문에서 절약과 근검의 미덕이 강조되고있는 지금 유독 전매청만이 계속 고급 소비장려정책을 솔선수범해야 할 것인지는 한번 좀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전매익금을 메워야하는 고충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는 총체적인 예산운용상의 절제라는 기본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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