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의 혁신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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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너무나 고전적이요, 개괄적인 「평준」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어의의 정립조차 보지 못한 채 학군설치 무시험추첨제 등 혁명적인 혁신을 감행한지 벌써 7년,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병발하여 지금은 계속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의 백척간두에 서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이 곧 생활」이라고 할만한 우리들의 입장에서 시점이 시점인 만큼 「교육의 혁신과 전망」은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고 이규호 교수의 신저는 우리들의 의혹을 풀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교수는 우리교육의 현실에 관련해 그 부조리·비효율성·후진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치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면서도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과학적인 처리보다 정신주의자적이어서 각종 심의회·위원회 같은 것도 결국은 행정가들이 자기네의 판단대로 문제를 처리하는데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공중의 지나친 향학열과 일류병을 이용하여 사학은 기업화하고 초·중교는 준비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봤다. 우리들의 심각한 문제인 대학생들의 「데모」사태에 대해서는 『교수는 기회주의적, 학생들은 감정적, 정부는 지혜 없는 거인처럼 행동했다』하여 우리는 정치교육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서 교육의 자율성의 한계를 논증한 것은 경청할만한 견해이다. 다만 좀 더 그러한 사상들에 관해 요인의 분석과 상황의 언급에 있어서 윤곽의 제시만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평자의 마음이다.
우리교육의 전망에 대해서도 구미선진국가들을 원경으로 소개하고 인접국가들을 근감으로 예 들어 교육의 사회화와 과학화며 특히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하여 많은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사회에서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모든 것이 개선되고 성취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하나의 훌륭한 견해라는 것을 명언한다.
끝 부분에서 『개인이 꿈을 가져야하는 것처럼 국가도 이상을 가져야한다』고 교육의 개혁을 고조한 것은 제2차대전후 독일의 작가 「카이저·폴러」의 외침과도 같아서 2백「페이지」내외의 소책자지만 서술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교육에의 정열」의 절규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종무(교육학·전 경기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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