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카르」를 궁지에 몰아넣은 「차드」반군의 인질몸값 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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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특파원】지난 13일 수백명의 「차드」주둔 「프랑스」군이 조용히 귀국했다. 이들은 「프랑스」정부가 18개월이란 긴 세월을 뜨거운 사막에 인질로 잡혀 고생하고 있는 한 「프랑스」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차드」반군들과 협상을 했기 때문에 「차드」정부의 비위를 거슬려 쫓겨난 것이었다.
최근 2개월 동안 「유럽」대륙과 「아프리카」를 진동시키고있는 「프랑솨즈·클로스트르」여사 인질사건은 「차드」로부터 분리 독립하겠다는 「투부」족 반도들이 인질금으로 무기를 보내라고 요구함으로써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지스카르」대통령의 고민거리가 되어있다.
사건의 발단은 「히센·하브레」가 지도하는 「차드」의 「투부」족 반도들이 작년 4월21일 밤 「차드」북부 「티베스티」지역의 수도 「바르다이」에서 불인 거주지에 난입, 여류인류학자 「클로스트르」여사를 납치한 것이었다. 「클로스트르」여사는 반도들이 출몰하는 이 지역에서 「이슬람」이전의 묘제를 연구하며 인간의 뼈 수집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때 「프랑스」관리 1명과 서독인 의사도 같이 납치됐으나 「프랑스」인은 나중에 탈출하고 서독인은 서독정부가 몸값을 지불하고 구출해냈다. 그러나 「투부」반도들은 「프랑스」군이 「차드」에 주둔해서 자기네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있다고 해서 「클로스트르」에 대해서는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고 게다가 무기를 달라고 요구했다. 「투부」반도들을 이끌고 있는 두목 「히센·하브레」는 사막의 야만인이 아니라 혁명제복을 입은 35세의 젊은 「인텔리」로 알려져 있다. 그는 7년간이나 「파리」에 유학, 정치대학과 「소르본」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콩고」의 「루붐바」「스타일」. 지금 「아프리카」의 모택동임을 자처하는 「하브레」는 「파리」에서 귀국 후 「차드」외무성에 근무할 때 반도들과의 협상임무를 맡았다가 아예 전향해서 반도의 두목이 된 인물이다. 「프랑스」정부가 그동안 「클로스트르」여사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도에 무기만을 줄 수 없다는 입장 때문에 번번이 협상은 결렬되고 간신히 인질의 처형만을 연기시켜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협상대표로 반도지역인 「티베스티」사막에 들어갔던 「가로펭」「차드」주둔 「프랑스」군사령관은 오히려 반도들에게 붙잡혀 처형당했다. 반도들은 자기네들을 탄압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처형했다고만 밝히면서 시체양도도 거부하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협상사절은 여러차례 사막을 들락거렸지만 반도들은 돈보다는 무기를 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동안 「차드」에는「쿠데타」가 일어나 「통발바예」대통령이 암살당했다. 그러나 「투부」반도들은 새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인질사건의 해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9월초 용감한 한 사진기자가 「티베스티」사막에 인질로 잡힌 「클로스트르」여사를 「카메라」에 포착, 보도하자 전 「프랑스」의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지스카르」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박차를 가했다.
반도들이 처형일을 9월23일로 잡자 「프랑스」정부는 급기야 반도두목 「하브레」의 선생인 「루이·모렐」을 특사로 파견했다.
「차드」정부가 입국을 거부해서 할 수 없이 공군기로 사막에 내린 특사는 4억「프랑」(1천7백억원)의 현금과 6억「프랑」어치의 비군사물자를 공중투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반도들은 10억「프랑」어치를 받고도 인질의 처형만 연기했을 뿐 풀어주지는 않고 있다. 그들은 또 무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10억「프랑」을 내던지고도 「클로스트르」를 구출해내지 못한 「프랑스」는 「대통령」이하 모두가 분노로 치를 떨고 있으나 「클로스트르」여사의 운명은 아직도 계속 「하브레」의 손아귀에 쥐여있어 속수무책이다. 이 바람에 「차드」정부는 「프랑스」가 내정을 간섭했다고 격분, 2천명의 「프랑스」군을 내쫓았으니 「프랑스」는 정말 진퇴양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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