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 중 하나 첫 마담 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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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 이달고(左),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右)

프랑스 파리가 최초의 여성 시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과 30일, 2차에 걸쳐 치러지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모두 여성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파리시장을 놓고 대결 중인 주인공은 사회당의 안 이달고(54)와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40)다.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남성 중심의 프랑스 정가에서 여성끼리 승부를 벌이는 데다 이들의 배경과 이력이 정치 성향만큼이나 판이해 선거를 향한 관심은 상당하다.

 이달고는 현재 파리 부시장이다. 2001년 취임한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과 함께 10년 넘게 시정(市政)을 이끌었다. 지난해 들라노에 시장이 3선 불참을 결정하면서 사회당 후보가 됐다. 그는 스페인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2세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94년 사회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경력이 시작됐다. 그의 선거 전략은 시정의 연장선에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대신 파리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조용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미 검증받은 부시장 경력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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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부시장 재임 시 파리는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elib)’와 전기차 공유 서비스인 ‘오토리브(Autolib)’를 도입했다. 서민생활에 도움을 주고 호평받은 정책들이다. 이 때문에 “코시위스코-모리제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달고가 잘했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이를 약점으로 이용한다. 우파에선 ‘조용한 선거’에 대해 “겨울잠 자느냐”고 비아냥대고, 시민들도 “정책은 들라노에 시장 아래 만들어졌고 이달고의 카리스마는 약하다”고 지적한다.

 UMP의 후보 코시위스코-모리제는 정반대다. 할아버지는 주미 대사를 지냈고, 아버지는 현재 파리 근교 세브르시의 시장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본인도 30대 중반에 장관이 됐다. 2010~2012년 프랑스의 교통환경장관을 지냈다. 2012년 장관 사임 후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매우 존경한다”는 그는 대권 야망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그의 발목을 잡는 건 화려한 배경이다.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애쓰지만 시민들은 “우리의 현실을 알기는 하겠느냐”고 반응한다. 실제 구설에도 올랐다. 복잡하고 지저분하기로 악명 높은 파리의 지하철을 “매력적인 장소”라고 했다가 질타를 받는가 하면,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여론조사는 이달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30일 치러지는 최종 투표에서 52.5대 47.5로 이달고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파리시장 선거는 시민이 선출한 시의원이 시장을 뽑는 간접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에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누가 당선돼도 ‘최초’라는 수식은 변함없지만 프랑스의 정치 지형은 달라질 전망이다. 중앙집권적인 프랑스 정치에서 파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겐 대권(大權)으로 가는 통로도 된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77년부터 95년까지 파리시장을 지내면서 기반을 구축했고, 좌파 최초로 파리시장이 된 들라노에도 2008년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따라서 이달고가 승리할 경우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어떻게든 희망이 될 터다. 반면 코시위스코-모리제가 승리한다면 사회당이 쥔 수도를 탈환할 뿐 아니라 2017년 대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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