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속의 여의도 첫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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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당과 유정회가 신민당 소속 김옥선 의원의 국회 본회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의원 징계 중에서 가장 중한 「제명」을 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국회는 태풍권에 들어갔다.
여당은 김 의원의 7분간에 걸친 발언 중 체제 비판발언에서 크게 자극을 받았고 안보 궐기대회에 관한 부분은 문제 확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화당과 유정회의 합동 의원 총회가 김 의원의 발언을 「이적행위」로 규정한 것은 안보에 관해 중대한 왜곡을 했다는 해석에서 나온 것이다.
이적행위라고 보는 내용에 대해 이해원 공화당 대변인은 김 의원 발언 중 『지난 한 여름 전국을 뒤흔드는 각종「관제」안보 궐기 대회』대목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과 유정회의 의원 총회가 김 의원의 징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신중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의장실에서 모인 상임 위원장급 이상 간부 회의에서는 강경론 일색이었고 심지어 자폭론까지 나왔다. 김용태 공화당 원내 총무와 현오봉 건설 위원장 등은 『둑이 무너졌는데 시원찮게 보수하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면서 강력한 징계를 내세웠고 오학순 상공위원장 등은 국회를 몇 차례 해산하는 일이 있더라도 유신 정착을 위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누구하나 온건론을 내세울 여지가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간부회의 결정에 따라 정일권 국회의장은 사무처 간부들을 시켜 즉각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만들어 법사위에 회부했다.
여당은 징계안을 이번 주중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을 정했다.
의원징계는 ①공개회의에서의 경고 ②공개회의에서의 사과 ③30일 이내의 출석정지 ④제명 등 4개 종류가 있는데 제명에는 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을 필요로 하나 공화·유정의원을 합쳐도 이 정족수에는 미달한다.
재적 의원 2백15명의 3분의2는 1백44명이고 공화당(68명) 유정회(73명) 소속의원은 1백41명이어서 제명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무소속 등에서 3명 이상을 더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외유중인 의원이 이병희 민병권 민병기 성낙현 구범모 김창규 의원 등 7명이나 돼 즉시 강행에는 10표 이상을 무소속 등에서 얻어와야 할 형편.
이런 빡빡한 표 사정 때문에 여당이 제명을 강행할 경우 자체내의 표 이탈 위험 부담을 어떻게 제거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또 신민당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회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신민당은 ▲징계안의 실력 저지 ▲소속의원 전원의 체제 발언으로 징계자초 ▲동원 거부▲자진 사퇴 등 갖가지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이 강행될 경우 『운명을 같이 하기로』한 의원 총회 결의에 따라 신민당도 강경 대응을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때문에 김 의원 징계가 물고 올 사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또 다른 사태를 유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야당은 면책 특권이 있는 의원의 원내발언을 문제삼아「제명」으로까지 간다면 야당 존립자체에 관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원내 발언 면책의 정치적 한계가 재론될 여지도 있으나 그 보다도 여당 측이 김 의원 발언을 「유신 국회상」에 대한 결정적 도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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