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의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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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5일 내한한 독일의 여류작가 「루이제·린저」여사가 13일 하오6시 이화여대에서 작품 『생의 한 가운데』를 주제로 문학강연을 갖는다. 다음은 강연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나의 첫번 장편소설 『생의 한가운데』는 본래 『생의 중간』이라는 제목이었는데 『필더린』의 시제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시는 생의 절정에 있는 한 사나이가 곧 닥쳐올 인생의 내리막길을 노래한 것이다.
내가 이처럼 우울한 제목을 택한 것은 나의 생에 대한 기본적 느낌이 우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속에 충동·열중·불안·동경, 그리고 소수에게만 허락된 방향감각을 갖고 있다. 인류의 창조는 모두 이 충동에서 나오며, 인류가 개발하는 것은 모두 앞서간 사람을 능가하려는 열의에서 나오며, 그 모든 원칙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있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이끌려가는 그「방향」은 불교에서는 열반, 기독교에서는 천국이라고 하는 곳, 즉 인간이 다시 우주의 단일성에 귀의하는 곳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인 것의 「가운데」는 우주의 「가운데」인 것이다.
자기의 생을 자기 고집대로 유지하려는 뜻을 버리고 세상의 고통스러운 모순속에서도 우주에의 조화를 추구한다면 자기 자신 「가운데」의 단일성 속에서 살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한 가운데서 떨어져 나간 사람은 모순과 혼돈속에서 절망과 방황을 하게되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안일하지 않은 긴장속에 살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다. 근본적으로 자아의 한가운데를 우주의 질서속에 합일시킬 수 있는 신념을 잃지 않고 생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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