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외서구입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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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공부 당국은 지난봄부터 종래의 외서 추천기준에 『불요불급한 도서는 적극 억제한다』는 애매한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지금까지 문학작품이나 값이 싸고 소지하기에 편리해 대중의 인기가 높았던 「페이퍼·백」의 구입마저 규제하고있다.
일부 서적상들은 당국의 이 같은 방침 때문에 가뜩이나 비싸게 팔리고 있던 외국 서적의 값만 올리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서는 6백대1, 일본서적은 2.5대1의 비율로 팔려 공정환율보다 훨씬 높은 값에 거래돼왔다.
그밖에 대학의 교재로 쓰이는 의학·공학 등 과학서적이나 정치·경제학 분야의 원서는 학년초에 주문해도 2학기나 돼야 들어오는 등 서적수입이 신속하지 못했는데 당국이 수입 추천을 억제한다면 서적 구입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대학관계자들은 말하고있다.
이는 국내서적상들이 외국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소위 「스탠딩·오더」(고정발주)가 돼 있지 않고 까다로운 외환관리법 때문에 1∼2권의 신간서적 발주를 못하고 몇 달씩 주문을 받아 한꺼번에 대량 주문하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스탠딩·오더」가 채택돼 있을 경우 모든 서적은 출판 즉시 2권씩 판매상에게 보내져 신간의 내용을 신속히 알 수 있는 정보제공의 역할을 하는 외에 팔다 남은 서적의 반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지 못한 국내 서적상들은 구독자들의 주문이나 몇몇 인기서적들만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또 일부 외서장에는 이미 몇 만「달러」어치의 팔리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외서 수입량(잡지·정기간행물제외) 은 일본서적이 11만3천3백 종에 46만3천8백권(68%), 구미서적은 24만4천7백 종에 21만6천5백 권(32%)으로 총35만8천 종 68만여 권에 2백65만 「달러」를 썼으나 올해는 8월말 현재 36만 여권(1백10만 「달러」어치)에 불과해 연말까지의 수입량은 지난해의 3분의2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서적상들은 전망했다.
따라서 문공부가 지난 한해 동안 수입추천한 외국영화가 1백60만 「달러」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지식을 공급해주는 서적 수입은 상당한 격차를 나타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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