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과시…국제노인마라톤-일서 건각노인 3천명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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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경노의 날」인 15일에는 세계각국으로부터 3천여 명의 노인건각들이 모여 노익장을 과시했다.
일본「야마나시껭」 (산리현)의 「야마나까」 (산중)호반에서 32∼88세까지의 22개국 2천9백25명이란 많은 노인들이 출전한 가운데 벌어진 이 대회의 면모를 살펴본다.
○…한국에서도 왕년의 「마라토너」김은배씨 (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6위)등 28명이 신청을 냈다가 문교부의 해외여행 불허로 참가치 못한 이 대회는 별별 사연의 노인선수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88세의 최고령인「사사끼」씨는 다른 2명의 「라이벌」을 제치고 10km를 완주해 갈채를 받았다. 재미있는 일은 우승한 그의 손에 1천 「엔」짜리 지폐가 쥐어져 있었는데 이는「레이스」도중 잘못돼서 쓰러질 경우 구급차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타기 위한 비상금이었다고.
○…이 대회서 가장 주목을 끈 선수는 재작년의 영국대회서 25km를 완주하고 작년의「파리」대회서는 42·195km를 완주해 세계적으로 「마라톤의 할아버지」로 유명해진 68세의 「하다노」씨. 그는 출발 전 악수세례로 경축일색 속에 파묻혔는데 이날은 25km를 중간에서 넘어지고 무릎을 다치는 등의 부상으로 겨우 2시간48분18초로「골·인」.
○…어느 대회서나 우승자가 각광을 받게 마련이지만 이날 제일인기를 끈 선수는 1위보다 무려 2시간10분 늦게 「골·인」 한 65세의 「이시이」씨였다. 그는 줄곧「보이·스카웃」 단원의 응원과 반주에 힘입어 완주할 수 있었다.
○…모두가 아들·며느리·손자·손녀들의 응원 속에 「꼴·인」,노익장을 자랑했지만 62세의 「고바야시」씨는 18km지점에서 졸도,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대회 전날까지 원칙적으로 건강진단을 받기로 되어있는데 「고바야시」씨는 개인병원의 진단서로 대신했다가 이런 변을 당한 것.
이 때문에 주최측이 건강진단을 철저히 실시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는가 하면 결과적으로 경노일을 욕되게 했다는 뒷말을 들었다.【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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