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부조리의 새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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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월에 시작된 정부의 공무원 부조리 제거작업은 전에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관료사회의 체질 속에 깊이 스며든 부패란 꾸준히, 그리고 단호하게 일소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한 근절이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비교적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이번의 부조리 제거 작업에 국민은 큰 기대를 걸고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국민의 단합을 통한 안보태세의 강화가 최우선의 과제로 제기되었다. 국민의 단합을 깨뜨리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이 부정부패 현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할 때 대부분의 국민은 불신과 소외감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정신풍토 하에서는 국민의 단합을 기하긴 어렵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일소가 안보적 차원에서도 시급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조리 제거가 아직 만족할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창구의 공공연하던 급행료 수수풍조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은밀한 부정부패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국무총리 기획조정실 보고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 정부기관 자체감사 결과 8만6백60건의 각종 불법·부당 행위와 비위가 지적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가 늘어난 숫자다. 물론 이것이 곧 부조리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공무원의 타성과 비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뜻에서『부조리를 단호히 시정하겠다는 관계장관의 열의 부족』에 대한 박대통령의 책망을 계기로 부조리 제거 작업은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장관들이 소관업무 중 가장 고질화되고 암적인 부분부터 중점적으로 단호한 시정책을 강구할 것과 부조리를 새원하겠다는 확고한 결의아래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것, 그리고 공무원 각자가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할 것 등을 부조리제거 지침으로 지시했다.
공무원 사회의 부조리가 아직 근절되지 못한 데는 확고한 결의와 공무원의 자각이 따르지 못한 미온적 풍토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미온적 경향은 고급공무원일수록 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비위가 문제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하급공무원들이었다. 비록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국민들 보기에 석연치 못할 뿐더러 공무원 사회의 불평의 씨가 된다는 점을 관계 당국은 깊이 명심해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기강이 문제될 때면 으례 공무원 봉급의 비현실성이 지적되어 왔다. 사실 생활급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공무원들의 청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이미 금년에 조정수당과「보너스」1백%를 추가 인상했을 뿐더러 내년에는 월 급여 45%와 또다시「보너스」1백%가 오를 예정이다.
워낙 공무원의 봉급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인상으로 충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재정 형편을 감안하면 국민과 정부로서는 공무원들의 급여향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공무원들로서는 어렵더라도 근검 절약하는 생활로 부조리의 유혹을 물리쳐야 마땅하다.
그리고 부조리제거와 관련해 새로이 제기되고 있는 공무원들의 대민 봉사자세 약화도 시정되어야 할 문제다. 모든 관료사회의 병폐는 근본적으로 관존 민비가 아니라 공복정신의 풍토에서만 고쳐지는 것임을 잊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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