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더미에 묻힌 동직원 「민원」이 불친절하다|일손적고 업무량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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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소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온 일선 동사무소직원들은 올 여름 들어 주민등록정비·통반조직강화에 따른 호구조사 외에 민방위편성업무까지 밀려 더욱 바쁜 일손에 허덕이고있다.
워낙 바쁘게 밀리는 업무량때문에 대부분의 동직원들은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겨 상오8시부터 일을 시작해도 제시간에 퇴근을 하지 못하며 밤11시까지, 때로는 철야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특근 또는 야근수당 한푼받지 못한 채 박봉에 허덕일 따름이다.
이 때문에 동사무소 창구업무는 자연 불친절해지고 격무에 시달린 동직원 외에 민원업무를 처리하러왔던 시민들이 졸도하는 사고까지 빚고있다.
특히 민방위편성업무 등 특수임무가 주어질 때는 호적업무 등 일반업무는 자연히 늑장을 부려 시민들은 골탕을 먹게된다.
그러나 동 직원의 보수(5급 갑의 경우)는 본봉·직책수당·조정수당·창구수당을 합쳐 겨우 5만1천7백 원. 게다가 동직원들에게 급식비가 따로 없기 때문에 야근을 하건 밤을 새건 자기 돈으로 사 먹어야 하며 이 때문에 급행료시비가 나올 수 있다고 관계자들이 말한다.
서울시의 경우 시내3백17개 동사무소 직원수는 동장까지 합쳐 4천1백명으로 이는 정원 (4천8백8명)에비해 7백명이 모자라는것이며 직원1인당 2백80여가구 1천5백여명의 일을 맡고있는 셈이다.
또 이들이 처리하는 업무량은 정기적인 고정업무(별표)이외에 하루 평균50건(최고 1백 건)꼴이며 업무의 절반이상이 통·반을 직접 돌아야 처리할 수 있는 것이어서 매일 10리 이상 (4∼5km) 걸어다녀야 하는 고역을 치르고있다.
더우기 구청에서 처리해오던 공장등록증명, 농지매매증명, 해외출국신고, 연탄기록장제 까지 동사무소로 이양되어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 동 직원들의 업무량만 늘려놓고 있다.
서울시에서 업무량이 가장 많은 서대문구역촌동의 경우 인구4만6천3백 명에 직원23명 (동장·사무장포함)으로 동 직원 1명에 2천13명 꼴이며 전체평균(1천4백 명) 보다 43%가 더 많다.
역촌동 사무장 이성훈씨(43)는 평소에도 2∼3시간씩 특근해왔는데 9월 들어 전원이 밤11시까지 일해도 모두 끝내지 못해 요즈음 5∼6명의 주민들의 일손을 빌어 그나마 주민등록정비작업을 벌이고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신사동 정모 여인(34)은 지난1일과 3일 두 차례나 동사무소에 아들출생신고를 하려했으나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퇴자를 맞았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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