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이라크戰 지지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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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습네다. 盧대통령이 남측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습네다."

북측의 한 고위 관계자가 오는 26~27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리는 제6차 남북해외학자 통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남측 학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또 김대중(金大中)정권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정부가 대북 송금 특검법을 공포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불평했다고 한다.

이번 회의의 북측 관계자들은 이처럼 남측 사람들에게 최근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특검법 공포 이해못할 조치"

기자와 만난 북측 안내원들도 "이라크 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북측을 대상으로 남측이 '데프콘-2'라는 초경계 태세를 결정한 것은 동족 사이에 대결과 불신을 높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24일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군 경계태세가 한단계 높아졌다는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이들은 또 "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 한번 하자고 결정했으면 외세의 간섭 없이 통 크게 하거나 아니면 그만 둘 일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조선(한)반도와 상관 없는 전쟁에 남측이 전쟁준비를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역전시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프콘-2' 정정발표 모르는 듯

"아마도 다음달 중 열릴 예정인 북남상급회담(남북 장관급 회담)도 연기될지 모릅네다." 안내원 신분으로선 알 수 없는 일조차도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다.

북측 사람들의 이같은 태도는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벌이는 신경전에 잔뜩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핵문제의 처리방향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 인사들의 발언은 특유의 호언장담으로 끝을 맺는 것이 보통이다.

한 안내원은 "핵문제.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군대가 신경 쓰고 있으니 일반 주민들은 생업에 충실하라'는 지시를 내려 아무 걱정이 없다.

金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우리는 똘똘 뭉쳐 어떤 세력(미국)의 공격에도 이길 수 있다.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5시쯤 어깨에 삽을 메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을 일렬로 지나가던 앳된 중학생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평양=김창호.고수석 기자 wjsan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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