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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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련군 ×천명이 시속 60km로 달리는 「트럭」×백대에 실려 지금 「루마니아」의 어디를 통과해서 「체코」엔 몇시 몇분에 도착할 것이다….
1968년 여름 소련군이 「체코」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그 군대의 이동 상황을 마치 「마라톤」을 지켜보듯이 환히 알고 있었다.
외신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일이지만, 중공의 핵무기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고, 소련의 「미사일」몇백 기가 어디에 새로 배치되었다는 등은 발신지가 대개는 미국이다.
이런 정보는 007식의 「스파이」가 아니라도 미국은 얼마든지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 이른바 「첩보 위성」의 활약에 의존한 것이다. 검은 안경을 쓰고 007가방을 들고 동분서주하는 인간 「스파이」의 시대는 벌써 막을 내린 것 같다.
미국은 1958년이래 3백여개의 군사 위성을 우주에 파견했다. 연간 예산만해도 40억 「달러」고 「존슨」 대통령도 미국은 그 첩보 위성을 통해 세계 어느 구석의 군사 정보도 인수할 수 있다고 공언한 적이 있었다.
첩보 위성의 기능은 실로 가공한 것이다. 지상 2백50km의 상공에서 직경 50㎝ 정도의 지상 물체도 촬영할 수 있다. 「레이다」 전파 장치는 구름과 삼림을 뚫고 군사 시설물을 탐지한다. 적외선 탐지기로 「미사일」이나 달리는 「트럭」 적외선 (열선) 을 포착할 수 있다.
「지구의 귀」라는 별명을 가진 위성은 하루 2회 「모스크바」 상공을 통과하면서 모든 군사 통신을 샅샅이 엿듣는다. 「마이다스」라는 위성은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부터 그 화염을 추적, 지상에 송신한다. 이런 위성이 12개만 있으면 소련의 전 영토를 감친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통신 장치는 곧바로 미 전략 공군의 경보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베라」 위성이라는 것도 있다. 핵실험 탐지용 위성. 미·소의 핵 확산 금지 조약 교섭에서 이 위성은 미국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소련도 그와 같은 첩보 위성을 갖고 있다. 1958년이래 약 2백개의 위성을 이미 발사한 것으로 전한다. 이들 소련의 위성은 보통 8일 내지 14일 동안 우주의 궤도를 돌면서 미국의 「플래리스」 핵 잠수함 등 그 행방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상엔 평화, 우주에선 위성 전쟁-. 마치 과학 소설의 한 장을 보는 느낌이다.
최근엔 그런 소설적 장면이 바로 우주에서 일어났다. 외신은 소련 쪽에서 미국의 한 첩보위성을 파괴했다고 전한다. 도무지 소설 같기만 한 일이 푸르른 하늘의 저쪽 우주에선 「서커스」처럼 벌어지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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