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푸대접 받는「고유의 멋」|한산모시 일본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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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천=전희천기자】여름철 여인들의 옷맵시를 곱게 가꾸어주던 우리나라 고유의 한산세모시(세모)가 국내에서는 푸대접받고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 크게 호평, 대량으로 팔려나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모시는 시원한 통기성(통기성)에 우아하고 섬세한 멋이 곁들여 예부터 내열복으로 즐겨입었던 옷감이지만 값싸고 실용적인 화학섬유에 밀려 한동안 사양의 길을 내리닫고 있었던 것.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시장에 수출, 선을 보이면서 크게 환영을 받자 농가에서 아낙네들의 손으로 짜내던 모시생산이 현대식 제직기(제직기)를 갖춘 중소기업으로 발전하는 등 대량생산과 외화획득에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한산세모시가 일본시장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71년.
서울중구충무로2가62의7 풍정산업(대표 김상흠)이 동경의 「미쓰이」물산등 일본상사들을 중간판매「루트」로 확보, 무늬모시 1만1천8백「달러」어치를 처음으로 수출했었다.
일본고유의 의상인 「하오리」감과 「기모노」의 띠 장식용으로 수출됐던 이 무늬모시는 일본인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아 이듬해 72년에는 10만5천4백「달러」어치 (1천3백76필)를, 73년에는 60만5천6백「달러」어치 (5천45필)로 수출량이 늘어났다.
대일모시수출은 국제적 섬유불황기였던 74년에는 44만3천9백「달러」어치 (4천9백50필) 로 약간 주춤했으나 일본인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도 22만「달러」어치(필당90「달러」)를 수출하는 등 지난 5년동안 모두 1백38만「달러」어치가 일본으로 팔려 나갔다.
풍정산업의 경우 대일수출전망이 밝아짐에 따라 71년부터 생산지인 충남서천군에 대지1천평, 건물 6백평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제직기 2백80대와 가공기계 12점등을 도입, 모시의 대량생산에 나서고 있다. 제품도 종래의 흰 모시외에 무늬를 넣은 모시를 생산하는 등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모시의 국내수요는 여전히 줄어들고 있어 농가에서 베틀을 놓고 짜내던 수공업은 급격히 쇠퇴해가고 있는 실정.
한산모시의 본고장인 충남서천군의 경우 69년까지도 4천2백20가구의 농가가 연간 3만5천필의 모시를 생산했으나 70년에는 생산농가가 1천9백80가구로 절반이상이 줄어들었고 생산량도 1만5천필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해마다 약40%씩 생산량이 줄어들어 한산에서마저 나상덕씨(42·여)등 소수의 모시직조기능보유자를 무형문화재로 지정, 고급수요가들의 주문에따라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형편.
농민들이 모시생산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국내수요가들이 외면, 국내판로가 여의치않은데다 다른 부업에 비해 모시생산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모시직조기능보유자인 나상덕씨는 『모시가 편하고 실용적인 것만 찾는 경박한 세태에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 『조상의 얼이 담긴 우리고유의 멋과 풍취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우리것을 아끼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겠으며 이것이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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