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대한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포드」·「미끼」 공동발표문은 『한국의 안전은 한반도 평화 유지에 긴요하며, 한반도 평화는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구가 다소 다르고, 표현 방법도 다분히 간접적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안전」을 중시한 과거의 미·일 성명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번의 미·일 정상회담은 주로「인도차이나」적화 이후에 대처하기 위한 미·일 두 나라의 역할과 협조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반도의 평화 유지를 위한 두 나라의 역할을 명확히 해 두자는 데에 회담의 초점이 있었다.
「인지 이전」의 경우, 한반도와 관련한 미·일의 역할이란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긴요하다』는 단순 논리로 모아져 있었다.
따라서 그 문구대로 한다면, 그 시기의 미·일의 대한반도정책은 한국의 군사적 안전보장과 대북괴 억지력 만이 문제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남북의 대화 촉진이나 4강의 균형 같은 것은 적어도 명문상으로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또 「한국의 안전」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조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공동 발표문에는 약간 다원적인 요소들이 고루 취급되어 있음을 본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군사적 안전보장의 유지라는 종래의 명제가 계속 재 천명되고 있는 것과 병행해서 미·일은 남북 대화를 통한 긴장 강화와 평화통일의 추구, 한반도 안정에 관한 4강의 공포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문제」가 「한반도 문제」라는 약간 모호하고 포괄적인 차원으로 옮겨졌음을 뜻하며 아울러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과 4강을 다같이 관련시키는 고도의 정치외교 문제로 취급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도의 정치외교문제에 대한 접근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휴전상태를 강력하게 유지한다는데 전제하에서만 고려되고 있음도 명백해졌다.
이점과 관련, 「미끼」일본 수상은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의 연설을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미끼」수상은 「아시아」의 현 정세를 『화해의 시기』라는 말로 묘사하고서, 미국의 역할은 보다 다양해지고 융통성이 있게 되어갈 뿐 아니라 일본의 역할도 「아시아」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책임 분담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이 말은 일본의 핵무장을 부인하면서 일본의 역할이 어디까지나 「데탕트」와 복지 증진에 투입될 것임을 시사하는 「제스처」로 보인다.
결국 「한국의 안전」은 이제 우리 정부의 「6·23선언」과 「8·15선언」을 국제적으로 공인케 하는 노력과 결부해서 고려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괴의 공존 역행과 이것을 견제하지 못하는 소·중공의 자세인 것이다.
「유엔」동시가입이나 불가침 협정 체결을 외면하면서 엉뚱하게도 일본 정치인을 상대로 대미 평화협정 체결을 뇌까리는 북괴의 작태는 미·일 공동성명의 한반도 평화안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또 소·중공 역시 경쟁적으로 북괴의 「하노이」모방술책에 놀아나고 있는 마당에 4강의 의견일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은 「한국의 안전」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주어 마땅하다.
우리는 미·일 정상의 공동 발표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매우 정당한 「희망」을 피력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희망」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종전까지의 「한국 안전」지원에 변함없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하려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