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한「유엔고지」|한국의「유엔가입신청」재심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는 31일 새벽 14년만에 다시 한국의「유엔」가입을 신청했다. 김동조 외무장관은 49년1월19일「유엔」에 접수시킨 한국의「유엔」가입 신청을 이번 가을에 열리는「유엔」안보리에서 재심해주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31일 새벽1시(뉴요크 시간 30일 낮12시)「발트하임」사무총장에게 전달하고 아울러 특별성명을 발표, 북괴의「유엔」가입을「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보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15, 16일에 있은 남북 월남의「유엔」가입신청을 계기로 분단국의「유엔」가입문제에 관한 국제여건이 우리측에 월등히 유리하게 조성된 것을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졌다.
6·23 및 8·15선언 등으로 남북한의「유엔」동시가입을 반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해온 한국측 입장에 반해 북괴는 동시가입이「분단영구화」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북괴의 이 입장은 사상과 체제가 같고 수년 후에는 통일하기로 합의하고 있는 남북월남이 유엔가입을 신청함으로써 같은 공산권 안에서조차 과타당성 명분이 약화됐다. 말하자면 분단국의 개별가입이 통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크게 대두되어 북괴 주장의 비현실성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북괴·소·중공은 한국측의 동시가입을 반대한다면 똑같은 논리로 남북 월남의 동시가입에 대해서도 찬성하기 어려워지며 반대로 같은 공산권이라 하여 남북 월남의 동시가입을 지지하면서 한국의 남북한 동시가입 주장은 반대한다면 이는 논리상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정부의「유엔」가입신청 재심요청은 이런 유리한 정세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시기적으로 정부가 이 때를 택한 것은 8월의 안보리 의장단이 일본인데다 남북 월남의 가입신청이 8월초부터 안보리에서 심의된다는 사실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재심요청에 따라 한국의「유엔」가입은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외무부 당국자들은 안보리에서의 소련·중공 등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미수의 공산권 및 비동맹「그룹」에 의한 남북 월남문제에 대한 거부권 포기 등 동적인 상황 때문에 낙관은 않고 있다.
정부는 한국가입문제와 남북 월남 가입문제가 동서진영간에 일괄 타결 처리되기를 가장 바라는 것 같다. 다시 말해 미국이 남북월남가입을 양해하는 대신 소·중도 우리가 가입을 양해함으로써 3권을 함께 가입시킨다는 전략이다.
소련의 경우 지금까지 이른바「보편성의 원칙」에 동조해왔고, 남북한의 현상고정을 원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2개의 한국」을 국제적으로 제도화하는 남북한 동시가입을 내심 반대하지는 않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중공 역시 소련 견제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화해가 유지돼야 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서는 남한의 미군 주둔을 양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 남북 월남의 동시 가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점 등을 볼 때 과거처럼 무조건 우리 주장을 반대하는 강경 입장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 갈다.
그러나 이같은 자세변화에도 불구하고 소·중공이 북괴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남북한 동시 가입 내지는 한국만의 가입을 밀어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산권의 종주권 다툼 때문에 중·소는 북괴를 놓고 경쟁적이라고 할만큼 접근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공은 대만문제 때문에 성격은 다르지만 일종의 분단국문제를 안고 있어 남북 월남문제에 대해서는 부득이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한국문제에까지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한국의「유엔」가입여부는 남북월남문제에 대한 미·중공·소련 등 3강의 흥정이 어떻게 이루어져 나가느냐에 따라 가부의 흐름이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한국가입의 재심신청이 공산권의 작용에 의해 부결되더라도 가입신청 자체가「유엔」에서의 보편성 원칙에도 일치하며 명분에서도 북괴를 누르고 있기 때문에 8월말의 비동맹국회의나「유엔」에서의 한국문제 토의에 있어 득점을 가져다 줄 것이 틀림없다. 안보리에서 가입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상임이사국 5국을 포함한 9국의 지지가 필요하며 여기서의 거부의 행사가 가입여부를 좌우하는「키」가 되어있다. <송진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