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카드를 쥐어짜면…기름·돈 나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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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남의 나라 전쟁이 우리네 살림에까지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기름 값 얘기다.

지난해 ℓ당 1천2백원쯤 했던 기름값이 최근엔 1천4백원대까지 치솟았다. 가능한 한 차를 굴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거나 업무 때문에 차를 몰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지갑 속에 한두 장쯤 갖고 있는 신용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대부분 카드사가 정유회사들과 제휴해 카드로 결제하면 기름값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값을 깎아주지 않는 대신 기름을 많이 넣을 수록 포인트를 쌓아줘 나중에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자동차 점검 및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할인해주는 카드도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할인 혜택을 찾아야=예전엔 아무 카드나 주유 할인이 됐지만 최근 카드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할인이 되는 카드의 종류나 할인 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출퇴근을 자가용으로 하는 등 기름값 부담이 큰 운전자라면 다른 부가서비스보다 주유 할인폭이 큰 카드를 우선적으로 고르는 게 낫다.

현재 카드별 할인폭은 ℓ당 10~50원이다. 만약 50원씩 할인해주는 카드로 50ℓ의 기름을 넣는다면 2천5백원을 아낄 수 있다. 비씨레토피아카드의 경우 다른 카드들과 달리 주유액의 3%를 할인해주는데, 기름 값이 계속 큰 폭으로 오른다면 이같은 정률 할인 방식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집 가까이에 있는 주유소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할인이 되는 정유회사가 카드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을 아끼겠다며 할인이 가능한 주유소를 찾아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갈 순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에 주유 할인 혜택이 없다면 잘라버리고 새로 만들 수 있다. 카드사의 홈페이지나 콜센터 혹은 가까운 은행이나 카드사 지점에서 신청하면 된다. 단 주유 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를 새로 만들 땐 원래 갖고 있던 카드보다 연회비를 더 많이 물게 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국민카드의 eQueens카드는 기본 연회비가 3천원(국내 전용)이지만 주유 할인 기능을 추가하면 7천원의 연회비가 더 붙는다.

반면 비씨파인위크앤드카드나 LG정유보너스-LG카드처럼 연회비가 면제되는 카드도 있다. 연회비가 없는 카드라면 기존의 카드 외에 추가로 발급받아도 비용 부담은 없다.

◆포인트 혜택도 쏠쏠하다=주유소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를 쌓아주는 카드도 많다. 물론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포인트를 쌓아놓기만 한 채 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엔 포인트를 모아봤자 별로 돈이 안되는 물건으로 되돌려주는 식이라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포인트=돈'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3일이나 16일처럼 3,6,9가 들어간 날짜에 현대정유에서 기름을 넣으면 ℓ당 70원을 포인트로 쌓아주는데 5천포인트 이상되면 통장에 현금으로 넣어준다. 예컨대 한달에 20만원을 기름 값으로 쓴다면 약 1만포인트가 쌓이므로 1만원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한카드처럼 아예 현금으로 되돌려 주지 않더라도 ▶주유소에서 기름 값을 낼 때 이용토록 하거나(LG ACE카드)▶OK캐쉬백 가맹점(SK엔크린 제휴카드들) 또는 카드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이나 가맹점(삼성.외환카드)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거나▶차를 살 때 할인해주는(현대카드) 등 포인트의 용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한편 요즘처럼 기름 값이 오르는 시기에 포인트를 많이 쌓으려면 'ℓ당 얼마' 보다는 '주유액의 얼마'식으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카드를 쓰는 게 유리하다. 똑같은 양의 기름을 넣어도 유가 인상분만큼 포인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유사 보너스 카드도 꼭 챙기자=기름 넣을 때 카드로 결제하든 안하든 꼭 챙겨야 할 것이 주유소가 자체 발행한 보너스카드다. 이들 보너스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기능은 없지만 기름을 넣은 만큼 포인트를 쌓아서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SK주유소의 '엔크린보너스카드'는 주유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해 5천포인트 이상 되면 버거킹.크라운베이커리.신세계.이마트 등 5만여개의 OK캐쉬백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쓰도록 하거나 5만포인트 이상 되면 현금으로 돌려준다.

매년 두 번씩 실시되는 사은행사 기간에 주유소에서 생활용품을 타는 데 쓸 수도 있다.

LG정유의 'SIGMA6 보너스카드'는 주유액 1천원당 1포인트를 쌓아주는데 포인트에 따라 ▶교통상해보험▶대한항공 마일리지▶LG정유 상품권 및 엔진오일▶019 PCS 무료통화▶2백여가지의 사은품 등을 제공한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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