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많이 타시라고 보험 들어주는 지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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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전거를 타다 다친 주민들의 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2010년 자전거 보험에 들기 시작한 전북 정읍시의 김생기 시장(앞줄 왼쪽 둘째)과 동호인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정읍시에 사는 이익현(46·직장인)씨는 2012년 9월 자전거를 타다 큰 부상을 입었다. 친구들과 함께 때깔 고운 단풍 구경을 하고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자며 아침 일찍 내장산을 다녀 오던 중이었다. 내장동 저수지 주변의 내리막길에서 한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작거린 순간, 자전거 앞바퀴가 아스팔트 돌출부에 부딪혀 튀어 오르면서 도로변에 꼬꾸라졌다. 병원으로 실려간 이씨는 팔꿈치 골절로 7주 진단을 받았다. 치료비로 70여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이씨는 개인 부담 없이 자전거 보험으로 병원비를 충당했다.

 이씨는 “한동안 깁스를 하고 다니는 등 고생을 했지만 정읍시가 자전거 보험을 든 덕분에 사실상 공짜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전거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공해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자는 뜻에서 시민 전체를 보험에 들어 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지자체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정읍시는 최근 동부화재 와 자전거 보험 계약을 했다. 시민 12만여 명의 보험금으로 6000여만원을 납부했다. 시민 자전거 보험은 2010년 시작해 올해 5년째다. 김생기 정읍시장은 “자전거 타기로 시민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교통 혼잡 줄이기, 대기오염 감소 등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주민 만족의 행정을 구현하자는 차원에서 모든 시민을 보험에 들었다”고 말했다.

 보험금은 자전거를 타다 부상을 당해 4주 이상의 진단이 나올 경우 혜택을 받는다. 치료비는 4주 진단 10만원부터 시작해 1주당 10만원씩 추가된다. 최고 금액은 50만원까지로 제한된다. 입원비로 7일 이상 병원에 들어갈 경우 10만원이 추가된다. 사망 보험금은 1000만원, 후유 장애가 발생하면 최고 1000만원을 지급한다.

 자전거 보험은 전북에서는 정읍에 이어 군산·완주·순창이 도입했다. 전남에서는 여수·광양·순천·담양·구례 등이 가입했다. 보험금은 1인당 500원 안팎으로 계산된다.

 이 제도는 실제 자전거 인구를 늘리는 데 효험이 있다. 정읍시의 경우 자전거 인구가 10%에서 20%로 증가했다. 순천시는 매년 5000~1만 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 혜택을 보는 주민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정읍에서는 매년 시민 80~100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지난 4년간 보험료가 8억여원에 이른다. 순천시의 경우는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60여 명이 4억여원의 혜택을 봤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자 일부 보험사는 자전거 보험을 기피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또 보장 내용·금액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최영애(54) 정읍 자전거연합회 사무국장은 “자치단체가 불의의 자전거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험 지원책까지 마련해 주니 든든하다”며 “ 작은 부상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험금의 일부를 시민이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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