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전자 한국이 웃고 … 자동차·기계 일본이 웃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10일 동시 명명식을 진행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들이 울산 현대조선소에 정박돼 있다. 선주인 그리스 에네셀사는 이들 선박에 그리스의 지명을 따 캡산수니오·탈라사엘피다 등의 이름을 붙였다. 캡산은 곶,탈라사는 바다라는 뜻이다. [사진 현대중공업]▷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10일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완성된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5대에 동시에 이름을 붙여주는 명명(命名)식을 진행한 것이다. 선주인 그리스 에네셀사는 5척의 배에 ‘아르테미시오 곶(Cap San Artemissio)’ 등 그리스 지명을 인용한 이름들을 붙여줬다. 이날 행사는 조선업이 오랜 불황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세계 수주 점유율 42.3%로 오랜만에 1위에 올랐다.

 조선업은 우리나라가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보다 수출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대표적 업종이다. 2003년 한국이 세계 1위에 등극한 이후 두 나라의 격차는 계속 벌어져 왔다. 하지만 자동차 등 일부 주요 업종은 여전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 있고,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한·일 수출경쟁력 추이와 최근 엔저 이후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전기전자·섬유 업종은 수출경쟁력에서 일본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수출경쟁력지수인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비교해 본 결과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으로 조선에서 7.73으로 3.12인 일본을 압도했다. 전기전자의 RCA지수도 우리나라가 1.72로 1.38의 일본을 앞섰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반대였다. 우리나라는 2002년 0.66에서 2012년 1.71로 크게 발전했지만 같은 기간 1.23에서 2.91로 뛰어오른 일본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일반기계는 1.17에서 0.9로 도리어 후퇴해 일본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섬유 업종의 경우 일본이 0.59에서 0.60으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우리나라가 2.81에서 1.35로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격차가 좁혀졌다. 철강 업종은 2.01(한국)대 2(일본)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은 엔저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 -5.3%이던 수출증가율이 하반기에는 2.4% 증가로 반전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경쟁력이 크게 호전된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낸 일본 도요타는 든든해진 곳간을 활용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연구개발비로 전년(2012년 4월~2013년 3월)보다 11.5% 증가한 9000억 엔(약 9조3064억여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 역시 11.4% 증가한 9500억 엔(약 9조8235억여원)에 달한다.

 상의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및 경영체질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아웃소싱과 해외 M&A 등의 국제화 노력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품목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경쟁력 강화라는 근원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