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위의 중요법안 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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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는 대정부 질문을 마치고 4일부터 주요 법률안에 대한 상임위 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는 어느 때보다도 중대한 법안들이 많이 상정되었기 때문에 상임위 심사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 또한 지극히 큰 것이 사실이다.
민방위기본법안·방위세법안·사회안전법안·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전파관리법 개정안 등 그 어느 것을 보더라도 종전과 같으면 그 하나 하나가 모두 큰 논쟁의 대상이 되었을 법안들이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이들 법안의 심의에 있어선 여야의 진지한 대화와 절충의 자세가 더욱 요청된다 하겠다.
그런 뜻에서 여야 간부들이 상호협의를 통한 법안수정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여당은 최근 야당의 수정안을 성의 있게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야당도 몇몇 법안에 대한 전면 반대 태도를 바꾸어 수정공세를 편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전면 반대와 강행이 결국 무수정 처리만을 결과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러한 여야의 자세는 일단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법안이 공표된 이후 일부나마 활발한 논의로 이들 법안의 큰 문제점들은 대충 부각됐다고 할 수 있다. 민방위법안의 경우는 향토예비군과의 중복회피방안·동원의 제한 필요성·훈련과 동원으로 인한 영세민 피해의 축소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방위세법안에 있어선 조세체계·높은 세율·지나치게 거대한 징세액·저소득층에 대한 과세문제·수입세와 광고세 등 고율의 신종세가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고조되고 있는 북괴도발에 비추어 자주국방력의 급속한 배양의 필요는 인정되지만 급격한 조세의 팽창이 세원의 자체 배양을 해칠지 모른다는 걱정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방위를 위한 국민개납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한계부담 능력과 응능부담의 원칙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법안의 경우는 특히 몇 가지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대상이 너무 광범하다는 사실이다.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뿐 아니라 공소보류나 기소유예자까지 보안처분 대상에 넣는 것은 인권에 대한 행정재량의 폭을 과도하게 넓힌다는 걱정이 많다.
또한 보안처분의 대상이 되는 반국가사범의 범위가 원천적으로 너무 확대되어 평지풍파를 일으킬 우려가 짙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는 이미 참회했을 뿐더러 생각조차 하기 싫은 지난날의 잘못을 다시 들추어 보안처분의 대상자로 묶는게 사회안전과 국민의 단합이란 차원에서 과연 불가피한 것이냐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당초 미전향간첩죄 형여자를 규제하려던 이 법안의 발상취지에 비추어서도 수정의 여지는 크다 하겠다.
이밖에 대학교수의 임기제·계약제를 규정한 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교수의 재임명·계약과정에서 개재될지 모를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이, 전파관리법 개정안은 방송국의 폐쇄 가능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여야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되고 정화·여과되는데 국회심의의 뜻이 있는 것이다.
법안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면서 부작용과 문제점을 최대한 억제하는 길은 오로지 의원들의 성실한 심의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는 여야간의 활발한 대화와 호기의 풍토 아래서만 가능하다.
더우기 이번 국회는 모처럼 조성된 여야의 대화기운이 정착되느냐를 시험할 시금석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법안에 대한 여야의 활발한 절충은 법안의 문제점 정화를 위해서 뿐 아니라 대화정치의 새전통 확립을 위해서도 긴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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