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억불의 외자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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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파리」에서 열린 대한국제경제협의체(IECOK) 8차 총회는 한국정부가 설명한 4차 5개년 계획에 대해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한다.
세계은행이 적극적으로 대한지원을 권고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미·일·「캐나다」·서구대표 등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니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던 것 같다.
우리의 내외여건으로 보아 외자도입의 확대는 불가피한 과제임에 틀림없으며 그런 뜻에서 이번 IECOK총회의 분위기는 매우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당초 80연대 초에 가면 수입 보다 수출이 더 많아 외자도입 보다 그 상환이 더 많게 되고 따라서 대외채무 잔고는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한 전망을 전제로 해서 최근에 발표한 4차5개년 계획의 총량「모델」 이 짜여졌음을 상기할 때 정부가 IECOK 총회에서 제시한 외자도입 계획은 추후에라도 납득할 만큼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외신대로 향후 수년간 계속해서 매년 20억「달러」의 외자도입이 필요하다면 이는 과거 10년간에 도입한 외자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불과 수년동안에 그처럼 많은 외자가 투입되어야 할 현상적 필요성은 정부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기 때문에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운동양식이라는 일반적인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문제점은 좀더 해명이 필요할 줄로 안다.
우선 대규모적이며 집중적인 외자도입이 고율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고율성장의 논리적 근거를 종전과 같이 주로 수출증대에서 구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는 내수확대에서 구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전자의 방식을 고율성장의 근거로 삼는다면 국제경제 여건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질서 속에서 계속 성장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내수확대를 고율성장의 모태로 삼는다면 산업구조개편 문제와 차관원리금 상환자원의 발견이라는 난문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수년간 대규모의 외자를 투입하다가 돌연히 그 투입규모를 경제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점을 미리 이론적으로 검토해야한다.
4차5개년 계획의 총량「모델」에 따르면 81년에 가서 경상수지는 4천1백만 「달러」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며, 투자재원의 국내조달율도 98·3%에 이르는 것으로 되어있다.
4차 계획의 총량 「모델」이 계산된 수치고 또 IECOK총회에서 요청한 외자도입 계획도 계산된 공식수치라면 외자의 도입은 단층을 형성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투자규모에 커다란 단절현장이 생길 때 경제는 오히려 교란될 것이라는 이론적 우려가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4차5개년 계획「모델」과 IECOK 총회에서 제시한 외자도입 계획 사이에 모순이 없으려면 외자도입 규모와 투자재원표상의 해외저축 규모의 차이는 곧 원리금 상환조의 외자도입이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러한 함수관계가 분명하다면 부채관리면에서 국민이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도 설득력 있는 국제수지대책을 제시해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연율 20억「달러」의 외자도입 계획을 IECOK총회가 납득했다는 것은 우리로서 반가운 일이나, 그것을 낙관적인 자료로서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충분한 설명자료를 제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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