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르면 전세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바꿔 전셋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전세난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서민층의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내놓은 ‘전세가격 결정요인 분석과 전·월세 대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최근의 주택시장과 전세가격 동향을 분석했다. 신 위원은 “2012년 9월~2013년 6월 집값이 하락했을 때도 전세가격이 올랐지만 이 당시는 전세 수요가 많았다”며 “중장기적으로 거래량의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전세공급 부족이 전세가격 상승과 연관이 있고 서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수요 중심의 주택 거래가 이뤄지고 매매가도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에 대해 신 위원은 “이런 거래를 통해 하우스푸어의 악성 부채를 해소할 수 있고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거래의 증가와 집값 오름세는 중장기적으로 전세가격의 상승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서민층의 주거비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위원은 또 “지난달 발표된 전·월세 대책 중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세입자의 부담 완화와 임대사업자 과세 강화를 통한 조세정의의 실현은 서로 부딪히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입자가 월세로 바꾸는 데 따라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세액공제 혜택을 넘어설 수 있고,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월세 시장 안정의 전제 조건인 임대물량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확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세원 노출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며 “세입자를 위해서도 월세 소득공제를 늘리고 주택바우처(주거급여) 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