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 보툴리눔 독소로 마비증상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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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모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 잃기 전에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뇌졸중 같은 중증 질환은 다르다. 소를 이미 잃었더라도 더 이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뇌졸중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뇌졸중은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한다. 2012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심장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3위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죽는다. 사망률이 높아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의학이 발전해 이전보다 뇌졸중 생존율이 높아졌다. 빨리 치료하면 뇌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뇌졸중 후유증까지 막지는 못한다. 뇌졸중은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거나 반신마비·보행장애·인지장애 같은 치명적은 후유증을 얻을 수 있다. 좌뇌가 손상됐다면 오른쪽 몸 전체가 마비가 오거나 언어장애를 겪는 식이다. 뇌졸중 발병 후 3개월 내 장애가 나타나는 비율은 4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요즘엔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 요소가 늘면서 젊은 뇌졸중 환자가 늘었다. 다행히 살아남아도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은 상당하다. 심한 장애로 사회·경제적 부담도 크다.

뇌졸중 후유증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질을 높여 효과적으로 뇌졸중 후유증을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졸중 발병 후에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근육 경직이 흔하게 발생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팔·다리에 힘을 준다. 걸음을 걸을 때 부자연스럽고, 손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지금까지는 운동·약물·전기·수술로 재활치료를 받았다. 최근엔 보툴리눔 독소를 활용해 뇌졸중 후유증을 관리한다. 근육 경련·마비 증상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인다. 치료비 부담도 적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팔에 근육경직이 생겼다면 3년 이내에 국민건강보험급여로 치료할 수 있다. 보톡스 외에도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한 메디톡신 등 국산 보툴리눔 독소 제품이 시판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진료 인원은 2007년 8만 3000명에서 2012년 11만 8000명으로 연평균 7%가 증가했다. 여전히 많은 뇌졸중 환자가 뇌졸중 후유증으로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뇌줄중 예방뿐 아니라 재활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 역시 높아져야 할 때다.

오병모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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