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의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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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전한 언론의 육성은 국민과 정부가 모두 바라는 바일 것이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 알고 싶은 것을 충실히 알려주는 언론이야말로 민주국가언론의 가장 기초적인 사명이다.
국민의「알권리」를 대행하는 언론활동은 국가기관의 움직임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몫을 다한다고 하겠다.
그 사명은 바로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국가행정의 촉수이며 숨구멍의 역할이다.
정부의 각 부처 출입기자실 경리 방침에 따라 이 달 말까지 산림청·노동청 등 일부부처와 서울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각도경찰국의 기자실 및 전국 시 소재지 경찰서의 기자실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이 점에서 큰 잘못으로 생각된다.
특히 경찰기자실은 바로 시민과 경찰의 밀접 성을 확인하는 보도활동의 연락중추라는 인식 하에서 평가돼야 하겠기 때문이다. 경찰이 취급하는 모든 사회적 사건들의 보도활동을 통해서 국민의「알권리」에 호응하는 것이 바로 경찰기자실이다.
살인·강도·절도에서부터 교통사고·폭력사건에 이르는 모든 사회적 사건들이 경찰의 소관이고 시민생활의 가장 기본적「뉴스」원이 되는 곳도 이곳이다.
본래 상주기자실을 둔 이유는 행정관서의 제일선과 경찰관서에 출입기자를 상주케 함으로써 취재원에 가까이 접근, 가능한 한 정확한 사건보도를 기한다는 목적으로 설치됐었다.
민원 부서나 경찰의 활동이나 또는 그들이 시민에게 알리고 싶은 것도 기자실을 이용할 때 효과가 컸다. 물론 시민의 진정과 호소도 이곳을 통해서 받아들여지고 보도를 통해 여론의 환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시민의 수사협조나 경찰자체의 비위와 부정을 밝히는 감시 기능으로서 경찰기자실의 활동은 훌륭했다고 하겠다. 민주국가의 납세자로서 국민이 행정관서와 공무원의 행동을 철저히 감시해야 하겠지만 우리의 경우 특히 활발한 감시대상이었던 것도 경찰이 표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시민의 지팡이」로서 기능 하는 경찰에 대해서 납세자를 대신한 언론의 감시활동이 어느 다른 부문보다도 솔직하고 가혹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은 경찰기자실이 담당했던 사회적 기능과 그것이 지니고 있던 언론의식의 소산이라고 보겠다.
경찰과 시민사이에 일어나는 갖가지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하는데 있어 공헌한 것이 그 것이다.
어떻든 지난 5월13일 긴급조치9호 발동 이후 사이비언론의 과장보드와 퇴폐조장 등에 대해 강경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힌 문공부가 아직 이렇다 할 조처는 하지 않고 있으면서 우선 행정관서와 경찰 기자실의 정리와 같은 방안부터 취하기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우이 경찰서는 물론 산림청·노동청·수산청·국세청 등의 기자실은 3년 전에도 폐쇄되었다가 해당 부처가 홍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 부활됐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자실의 유지가 어려운 형편에선 상주인원을 줄이고 그 운영도 합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면도 없지 않다. 성실한 기자활동을 도외시한 채, 기자실에 모여 바둑·장기·「카드」놀이 쪽에다 더 열을 올리는 나쁜 기풍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기자실의 존재 그 자체는 시민과 행정관서의 징검다리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일부 사이비 기자 때문에 조금이라도 과소평가 되는 것은 큰 잘못인 것이다. 오늘의 언론은 단순한 보도기능에 그치지 않고 시민정신의 광장에 이르는 좁은 출입문의 기능을 다하기를 우리 사회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역기능이 있다고 해서 그 폐쇄를 고집한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고의는 아닐지 모르나 취재활동을 제약함으로써 공무원과 시민의 사이가 좀더 멀어지는 결과가 초래될까 두려워하면서 당국의 재고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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