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이름으로 취직…파면사유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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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얼마 전 어느 사업장에서 해고된 근로여성입니다. 취업당시, 만18세가 안되었던 저는 취업을 위해 부득이 만18세가 넘었던 친구의 이름을 빌어 취직을 했고 그 뒤 5년간 아무 사고 없이 근무해왔읍니다.
그런데 금년3월 제가 회사의 노동조합분회 부녀부장으로 선임되자 사업장에서는 새삼 저의 신원을 조회해보더니 제가 가명으로 취업했다는 이유로 저를 해고했읍니다.
이 사업장에는 저와 같이 가명으로 취업하고있는 근로자들이 상당수 있으며 한번도 신원조회를 한 일이 없었읍니다.
결국 저는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셈인데 어떤 구제책이 없을는지요?
【답】근로여성이 본명을 숨기고 가명으로 취업하는데는 몇가지 유형이 있읍니다. 어떤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것이 여급·접대부 등과 같이 자기의 경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해로운 경우, 어느 직장에서 사고를 내거나 본명이 나쁘게 알려져 취업하기 어렵거나 불리한 경우 등입니다.
원인은 어떻든 법률상의 효과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읍니다.
첫째는 근로자가 별명처럼 쓰이는 가명을 이용하고 자기의 본명과 일치하는 인적사항을 가짐으로써 동일인이라는 증명이 손쉽게 가능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가명사용이 아무런 해고나 징계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근로관계에서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본인의 인적사항과 아주 다른 인적사항의 가명을 사용한 경우입니다. 예컨대 본적·주소·생년월일 등이 다른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상 기만행위에 해당되며 근로계약의 일신전속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읍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해고사유가 된다고는 볼 수 없읍니다. 근로기준법 제32조에는 사용자는 각 사업장별로 근로자명부를 작성하고 근로자의 성명·성별·생년월일·본적과 주소 등을 기재케 하고 있읍니다.
귀하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명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책임이 있으며 한편 귀하가 5년간 아무런 사고 없이 근무하여왔다는 것은 귀하의 가명이 근로계약관계에 큰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의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셈이지요. 징계해고라면 그 사업장은 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아야만 당신을 해고할 수 있읍니다.
한편 귀하가 조합간부가 되었다는데서 귀하만의 신원을 조회하고 해고하였다면 노동조합법 제39조에 따른 부당 노동행위가 성립되어 당신은 구제를 받을 수 있읍니다.
따라서 사업장이 징계해고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당신은 해고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고 노동위원회에 부당 노동행위의 구제를 받을 수 있읍니다.
다만 귀하와 같은 가명을 사용한 경우 재해보상이나 정년의 계산 등에 지장이 크므로 사용자는 미리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또 근로자는 가명을 이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병태 한양대 부교수·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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