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는 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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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미국의「하버드」대 국제정치학 교수「새뮤얼·P·헌팅턴」박사가 2일 「아세아정책연구원」(원강민관직)주최 강연회에서『한 미국인이 보는「화해」』라는 주제의 연설요지
「헌팅턴」박사는 53년이래 미「하버드」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브루킹즈」연구소에서도 일했고 현재 「하버드」대 국제연구소 부소장이다.
그는 미국의 대외정책수립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있으며 미국민주중앙위원회의 한연구위의장으로 일하고있다.
「데탕트」(화해)라는 말의 의미가 지난 수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던 것은 사실이나 70년대에 들어와 나타나기 시작한「데탕드·무드」가 미·소의 세력균형을 바탕으로 국제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가쿠다는 점을 아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사태와 「포르투갈」사태를 계기로「데탕트」의 한계성이 거론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앞으로 긴장완화 추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느냐가 가장 최종이 되는 문제인데 이것은 미국이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외교동맹관계를 보다 강화하며 경제적 우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 때 지속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서 미·소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바탕 위에서만「데탕트·무드」의 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미국의 한 여론조사는 한국이 만약 북괴의 무력침공을 받았을 때 즉시 미군을 파견해야 한다는데 찬성을 표한 사람이 U%인 반면 65%가 이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미국이 그동안 취해온·고림수의 정책과 세계 문제로부터의 후퇴를 표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여론조사라는 것이 그때그때 국민반응의 기록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코 믿을만한 척도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최근의 월남·「크메르」사태를 계기로 미국 안에서는 해외미군의 감소보다는 대외공약의 재확인과 강력한 이의 수행을 추구하는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있는 실정이며 미하원이 n만5천명의 해외주둔군중 7만명을 감축하자는 결의안을 3백U대95라는 압도적 다수로 부결시킨 것은 그같은 분위기의 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일부 사람들 가운데는 최근의 이 같은「무드」가 교년대통령선거에서 민주자 집권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실제로 내가 의장으로 있는 민주분중앙위원회 소관의 한 연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심각히 논의한 일이 있는데 결국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일이 있다.
여론의 압력에 의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교정책의 기본변화는 없을 것이고 실제로 패배주의적 후퇴는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만약 한국이 북괴의 직접적인 무력침공을 받았을 때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미국의 기본입장이 장기적인 지상전에 말려드는 것을 피한다는 것은 사실이나 대의공약은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규모의 군사행동을 통한 강력한 타격을 침략자에게 가함으로써 몇수일 정도의 속전으로 끝내고 말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만약 정이공격이 아닌「게릴라」나 내란을 통한 간접적 공격일 경우 정치적 문제가 개입되므로 다소입장이 곤란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간접침략의 경우에도 결국은 이것이 미·소가 추구해온 긴장완차정책 자체를 위협하는 사태이기 때문에 소련이 이를 반대, 북괴에 동조치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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