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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안입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형사정책상 보안처분은 재범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데 그 뜻이 있다.
형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문책이라면 보안처분은 장래의 재범위험에 대한 예방조치라 할 수 있다. 형벌만으로 다스리기 힘든 범죄와 처벌 후에도 문제가 남는 범법자들을 「보호」「격리」「교정」하여 본인의 사회적응과 사회의 안녕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처분의 근본의도는 위험성의 교화를 통한 사회복귀에 두어야 한다.
보안처분이라면 일반적으로 우범자·정신장애자나 약물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입법예의 세계적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사상범만을 대상으로 여당이 검토중인 『사회보안에 관한 법』은 보안처분의 맥락에서 보다 안보차원에서 특례규정을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지금의 남북대치 상황이나 북괴의 도발에 비추어 국내 공산주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할 필요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문제는 보안처분의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며, 이에 따르기 쉬운 무고한 국민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있다. 인권과 사회방위의 당위성을 적절히 조화하는 문제야말로 법치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당이 한 때 보안입법의 대상자를 간첩죄로 복역했던 사람뿐 아니라 형법의 내란·외환 죄와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위반자 전원에게 확대할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는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했었다.
급기야 보안입법에 원칙적인 찬의를 표했던 야당마저 재고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당이 야당의 이 요청을 받아들여 보안처분의 주 대상자를 간첩죄 복역자로 축소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인권침해의 소지를 가능한 한 제거하도록 여야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자세를 보인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이제 여야는 법안의 대폭 손질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다음 몇 가지 점을 깊이 고려해야할 것이다.
우선 보안처분 대상을 엄격하게 법률로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규제대상을 열거함에 있어 어느 법 위반자란 식의 포괄규제가 아니라 어느 법의 몇조 위반자란 식으로 구체적인 명시를 해야하겠다.
그리고 대상자 중에서도 전비를 뉘우치고 전향한 사람을 구제하는 명백한 기준이 정해져야 할 줄 안다. 성격상 보안처분은 행위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위험성을 예방하자는 것이므로 이 위험성의 유무와 정도가 보안처분의 절대적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렴치범과는 달리 사상범은 일종의 확신범이다. 그런 만큼 과거의 확신이 무너지고 그러한 사상을 한때나마 가졌던 사실을 뉘우쳤다면 사회가 이를 포용하는 것이 사회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보도된 바로는 처분의 내용을 놓고 관호뿐 아니라 주거제한과 감호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감호라면 일종의 재 수감으로 사실상 신체형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이러한 처분은 재량의 소지가 큰 행정처분이 아닌 사법적 통제에 맡겨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것은 보안처분의 헌법상 근거인 헌법10조에 이 처분과 함께 열거된 사안이 한결같이 사법적 심리의 대상이란 사실에 비추어서도 너무도 명백하다.
여야의원들은 보안입법의 발상이 출감하는 미 전향 간첩죄 복역자를 규제하려던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신중한 심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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