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어린이 등 수백명 포탄 맞아 死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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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움미(엄마) 움미, 아얀(아파요) 아얀."

3일째 계속된 미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바그다드 시내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영국신문 인디펜던트는 23일 '충격과 공포' 대공습 직후인 21일 밤 시내 알-무스탄사니야 대학병원에 어린이 6명과 여성 20명 등 부상자 2백7명이 실려왔으며, 이중 어린이.청소년 12명이 수술 도중 숨졌다고 전했다. 병원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들의 울부짖음으로 아비규환 상태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병원에 처음 실려온 다섯살배기 여자아이 도하 슈헤일은 크루즈 미사일의 공격으로 등뼈와 두 다리에 상처를 입고 울부짖었다. 그녀의 왼쪽다리는 못쓰게 됐다. 가족 7명도 중상을 입었다.

10대 소년인 오마르 셀림(14)과 사드 셀림(11) 형제도 다리와 가슴에 미사일 파편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또 50대 여성 아멜 하산은 딸의 집 앞에서 택시를 내린 순간 폭탄 파편을 맞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이들은 전부 빈민이며 미군의 폭격 목표 인근의 가옥에 있다가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미국.영국은 '목표물만 겨냥한 정밀폭격으로 민간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떠들어왔지만 결국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자로 만든다는 엄연한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알 자지라 방송도 이날 머리부터 이마 윗부분까지 갈가리 찢겨나간 채 눈을 뜨고 숨진 소년의 사진을 인터넷판에 올리고 "미군의 공습 희생자"라고 설명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바그다드 시민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폭격 가운데서도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고 전하고 있어 미군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민간인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희생자는 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8시9분 미군의 대규모 바그다드 공습작전인 '충격과 공포'가 막 개시되는 순간 기자와 통화하다 황급히 대피했던 바그다드 시민 아메드(30.시내 서부 만수르 지역 거주)는 23일 아침 "1991년 공습보다 강도가 높았지만 시민들은 평정을 유지했다"고 폭격 당시 상황을 전화로 알려왔다.

강찬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한 이라크 어린이가 22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부짖고 있다. 이라크 당국은 이 아이가 지난 21일 미국과 영국군의 공습으로 다쳤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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