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전쟁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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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전을 계기로 국내에 갖가지 전쟁 신드롬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슬람 관련 서적이 많이 팔려나가고 관련 인터넷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는가 하면 뜻밖의 호황을 누리는 업종도 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관심이 흥미나 돈벌이 위주로 흘러 자칫 전쟁의 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쟁 서적.완구 인기=교보문고는 지난 22일 '전쟁과 평화 어디까지인가'라는 제목으로 전쟁 관련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 직원은 "전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라크전 신간이 15권이나 쏟아져나와 전쟁.중동 서적이 평소보다 10배 가량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과 중동 관련 책을 10권 구입했다는 경희대 1학년생 윤유지인(19)양은 "학교에서 이라크전 토론과 강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무기 장난감 업체들도 특수 기대에 들떠 판촉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전투기.탱크.배 등 병기 모형을 주로 제작하는 아카데미과학사 직원 신상훈(32)씨는 "전쟁 이후 판매량이 늘어 30여종의 병기 모형에 대한 마케팅 계획을 새로 세웠다"고 말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게임업계가 불황기인 데도 EA코리아의 'C&C 제너럴스'와 SCI게임스의 '데저트 스톰' 등 이라크전과 비슷한 상황을 설정한 게임 프로그램들의 판매량이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늘었다.

◆사이트 접속 폭주=지상.해상.공중무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게재한 합참 홈페이지(jcs.go.kr)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라크에 남아 있는 한국인 '인간방패'소식을 싣고 있는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의 홈페이지(iraqpeace.ngotimes.net)에도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은 전쟁 이후 접속량이 두세 배 늘자 전쟁 속보와 동영상을 띄우며 네티즌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음 사이트의 경우 페이지뷰가 1천만회로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이 회사 이동주 뉴스팀장은 "이라크전쟁 관련 인터넷 투표가 시작된 지 1시간30분 만에 2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군사전문가 인기 상한가=각 언론사의 토론회와 특집 프로.기사가 늘면서 군사전문가들의 인기가 상한가다. 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들은 몰려드는 인터뷰나 출연 요청에 아예 11명의 연구위원을 차출, 별도의 언론활동팀까지 꾸렸다.

23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주최로 열린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청소년 토론회'에 참석한 초.중학생 9명은 열띤 토론 끝에 결국 전쟁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채택했다.

이런 전쟁 신드롬에 대해 서울 D초등학교 교사 홍선의(40.여)씨는 "어린이들이 전쟁 희생자와 피해보다는 무기의 멋과 위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사회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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